[ET시론] 비즈니스 모델 창조와 혁신으로 역전의 기회를 잡자
유럽에서는 유로2024, 아메리카대륙에서는 코파아메리카 2024 축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축구는 역전승 경기가 재미있다. 슬로바키아와 잉글랜드의 16강전에서, 잉글랜드가 멋진 2:1 역전승을 했고, 4강전에서 스페인도 프랑스에 2:1 역전승했다.
한국의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은 2023년에 선제골을 넣은 듯 앞서갔지만, 2024년 현재 두 골을 먹어, 지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한국은 어떻게 두 골을 다시 넣어 역전승할 것인가?
역전하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전략, 전술의 변화와 교체 선수의 투입, 즉 새로운 자원의 투입과 투자다. 이제는 AI,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기술로 비즈니스 모델의 창조를 고양하고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전략 전술의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①가치를 창출해, ②고객에게, ③최적화된 과정을 통해 전달하고, 그 반대급부로 ④ 장단기적 이익을 다양하게 추구하는, 게임의 규칙이자 전략으로 정의할 수 있다. AI와 IoT를 활용해 고객을 위한 예외적 가치를 새롭게 창출할 필요가 있다.
국제축구연맹은 2022 카타르월드컵부터 반자동오프사이드기술(SAOT)을 적용헤, 세계 축구팬과 선수들이 이제 더 이상 오프사이드 관련한 억울한 심정이 들지 않게 배려했다. 축구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이자 고객들에게 새롭게 가치를 창출한 사례다.
이 기술은 경기장에 10대의 카메라를 설치하는 인프라 구축이 그 출발점이다. 이 카메라들은 축구장에서 뛰는 22명 선수들의 신체부위 각 29곳, 즉 총 638곳의 위치를 1초에 50번 수집헤 3차원 영상을 그린다. 이번 여름의 두 대회부터는 축구공에 관성 센서가 들어가 있는데, 1초에 500번 데이터를 수집해, 공이 골라인을 넘어갔는지, 핸드볼 반칙인지 아닌지 인간의 최종 판단을 지원한다.
그래서 이름이 반자동이다. 모든 의사결정을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인간의 결정을 인프라와 소프트웨어(SW)가 지원한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조직답게 FIFA는 IoT 기술을 적극 도입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축구를 더욱 부흥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해운선사 HMM은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를 한국에 가장 많이 운송하고 있다. 오렌지와 같이 리퍼 컨테이너(냉동·냉장 컨테이너)로 운송해야 하는 고부가가치의 민감 화물에 대해서는 화주들의 운송정보 제공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
HMM은 일부 리퍼 컨테이너에 IoT 장비를 부착하고 올해 6월부터 한국, 미국, 멕시코, 칠레, 페루 등 7개국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됐다.
컨테이너에 부착된 IoT 장비를 통해 화물의 실시간 위치, 온도, 산소, 이산화탄소 농도 등 상세한 정보를 화주에게 실시간 제공하며 서비스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한편, 세계 2위 선사 머스크는 약 38만5000개의 모든 보유 리퍼 컨테이너에 IoT 장비 설치를 마치고 화주 대상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2019년으로, 벌써 5년 전 일이다.
그 외 세계 5위권 안에 있는 모든 선사들이 이미 수십만 개의 리퍼 컨테이너에 설치했으며, 그 중 3개 선사는 드라이 컨테이너(일반 컨테이너)에도 설치를 시작했고, 특히, 독일 최대 선사 하파크로이드는 100만개에 달하는 드라이 컨테이너에 이미 IoT 장비를 설치해서 202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세계 8위권인 HMM도 세계 5위권 도약이라는 역전승을 위해서는, 첨단 기술 인프라 도입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라는 전략, 전술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사례로 든 FIFA와 HMM은 기존 기업이지만, 이와 관련된 한국의 기술 벤처들이 있다. 영국, 한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미국, 오스트리아 등 8개국에 사무실을 둔 한국 회사 비프로컴파니는 세계 50여개국, 2400여개 축구 클럽에 스포츠 AI 카메라 인프라와 SW 서비스를 공급해, 현재까지 3만3000여 경기를 분석했다. 시간으로 따지만 약 12만 시간 이상의 축구 경기를 자동 분석해 축구 클럽에 제공하고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에스위너스는 화물컨테이너에 IoT 장비를 부착하고 이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 기업이다. HMM, 남성해운, 팬오션 등 국내 주요 해운선사에 서비스를 시험 제공 중이다. 이렇게 기존 기업과 기술 벤처들은 공생 관계가 있다. 기존 기업은 첨단 기술 인프라와 서비스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스타트업은 그러한 선도적 도입을 통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이러한 공생 생태계 촉진을 위해서는, 사회의 기풍이 기술 기반 혁신을 독려하고, 세계적으로 앞서나가는 것을 칭찬하는 기조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산업은행은 예전 정부에서 와는 달리 매우 혁신적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혁신 산업에 선도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첨단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위한 펀드 조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9일, 5000억원 규모의 AI 코리아 펀드를 발표했다. 매우 중요한 진전이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투자한 기업들이 기술 혁신을 통해 구조 개혁을 보다 잘 이룰 수 있도록 더욱 독려할 필요가 있다. 공적 관리, 공적 투자를 받는 기업들이 오히려 더욱 혁신적일 수 있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산업은행과 같은 공공이 주도해주면 좋을 듯하다. 공공 부문은 선도적 정책가, 행정가, 정치인이 그들의 비전으로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공업을 발전시킨 박정희 대통령이나 벤처기업을 육성한 김대중 대통령 같은 위인이 혼자 그런 것을 해야 한다고 우리가 믿는다면, 그것은 21세기에서는 신화와 같은 이야기다. 산업은행 사례처럼, 각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대표,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 공무원과 장관,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대통령실과 정치인들이 계속 추동하고 모니터링하고 격려하고 자원을 끌어다 주어야 하는 게 21세기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좋은 사례다. 한수원은 네이버와 AI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한수원은 국가 중요 시설을 운용하는 기업이므로, 보안이 강력한 AI가 필요하다. 그래서, 클라우드형 초거대AI를 사용하지 않고, 한수원 내부에 설치할 수 있는 온프레미스 AI를 세계 최초로 시도하고 있다. 아직 국내외에서 이런 시도가 발견되지 않고 있어서,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성공하면 네이버의 AI도 발전하고, 삼성전자의 AI 반도체도 발전하고, 한수원의 국제 경쟁력도 더 강해져서, UAE뿐만 아니라 체코 등에도 원전을 수출하게 되는 핵심 경쟁력을 또 하나 추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의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기술 혁신을 선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산업화엔 늦었지만 정보화에 앞서나가 지금 일본을 턱밑까지 쫓아왔고, 이제 잠시 AI에서 프랑스, 캐나다, 영국 등에 역전당하고 있지만, 공기업,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과, AI, IoT 등 벤처기업 생태계가 합심해 전략 전술을 잘 바꾸고 자원 투입의 우선 순위를 조절한다면, AI 세계 3강이라는 역전승을 이루어낼 수 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 응용학과 교수 klee@khu.ac.kr
〈필자〉KAIST에서 경영과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연구소와 MIT, UC버클리에서 연구했다. 미국인공지능학회(AAAI)가 수여하는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네 차례 수상했고 AI Magazine 등 국제학술지에 4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응용학과,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이며 빅데이터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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