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민의 테크읽기]전기차 패권 경쟁과 시사점
미국과 유럽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규제에 돌입하면서 전기차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에 지원해온 천문학적 보조금에 미국과 유럽이 큰 규모의 관세 부과로 맞서는 상황이다. 전기차 경쟁은 예전 반도체 치킨 게임과 비슷하면서도 단순한 회사 경쟁이 아닌 국가경쟁의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테슬라의 가격 인하에 맞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가격을 인하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자동차사의 영업이익률도 2015년 8.7%에서 2023년 4.3%로 급락했다. 다만 중국 자동차사의 저가 전기차는 시장에서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2023년 9월 열린 독일 모터쇼에서도 중국 전기차들의 가격경쟁력이 큰 이슈가 됐다. 당시 중국 비야디(BYD)의 전기차는 유럽 판매가가 동급 유럽 차량에 비해서 3분의 1 정도였으며, 중국 판매가 기준 5분의 1 정도였다. 이에 따라 중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과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유럽 회사의 전기차 경쟁력을 우려하던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부터 규제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중국은 그동안 천문학적 보조금을 전기차 산업 육성에 지급해왔다. 지난달 말 미국 국제전략연구소는 중국의 전기차 업체가 2009년부터 중국 정부로부터 321조원대 막대한 보조금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미국 컨설팅 그룹 로디움그룹은 3월 BYD의 실(Seal) U 모델에 대한 유럽 시장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 모델의 생산단가는 20463유로, 중국 판매가는 21769유로, 유럽 판매가는 41990유로다. 중국 판매가에 수출 관련 비용을 합해도 29025유로 밖에 되지 않아 12965유로의 유럽 판매 마진이 남는다. 실 U 모델의 경우 30%의 관세를 부과해도 15%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에 기반해 EU는 7월 초부터 최대 48.1%의 관세를 부과하는 초안을 6월에 발표했다. 미국은 8월부터 중국 전기차에 대해서 100%의 관세로 인상, 사실상 중국 자동차 수입 금지를 선언했다. 관세 부과에 이어 중국은 2.5리터 이상 대형엔진차량에 대해서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유럽에서 중국으로 수입되는 대형엔진차 수입액은 총 180억달러 규모이며 벤츠와 BMW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큰 타격을 우려한 독일 자동차사는 EU에 관세 인하를 요청했으며, EU 최종 관세는 0.5% 인하된 최대 47.6%로 확정됐다. 다만 BYD 27.4%, 지리차 29.9% 등 중국 핵심 업체의 최종 관세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배제해 중국 PHEV에 대한 영향이 적은 점, 중국 관세 보복에 따라 독일 3사의 수익이 크게 감소할 수 있는 점 등의 이슈가 남았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5월과 6월 중국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6.7% 감소했다. 전기차와 PHEV를 합친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5월 전년 동기 대비 38.6% 증가했다. 중국 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전기차 전환을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과 토요타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주요 자동차사들이 밀려나는 것도 주요 이슈가 됐다.
앞으로 미국과 유럽의 중국 전기차 규제에 맞서 중국이 계속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인가가 향후 전기차 시장 패권 경쟁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측면으로는 패권 경쟁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테슬라와 BYD 중심으로 시장 재편 가능성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전기차 패권 경쟁이 국가적 경쟁이 되가는 만큼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차, 기아의 빠른 800V 충전 전기차 양산은 우리나라 전기차 생태계 뿐 아니라 부품사의 수출에도 많은 도움이 된 바 있다. 초격차 기술 선도를 목표로 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초격차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관련 회사와 정부 부처 긴밀한 협력으로 관련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해 본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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