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수 농식차관 "농산물 가격 안정 위해 중장기적 구조개혁 필요"
"사전 비축 및 해외공급선 다변화, 상품 다양성 높여야"
"현안은 민첩하게 대응…미래대비는 구조적 대책 추진"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11일 "농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선 공급 측면에선 사전에 비축하고 국제 곡물가격 변동에 대비한 해외공급선 다변화가 필요하고 수요 측면에선 상품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범수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식품 수급 및 생육상황 점검회의' 백브리핑을 통해 "농산물은 공급 탄력성이 높아서 가격 등락이 심한데 공급과 수요 구조를 바꾸는 등 중장기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차관은 먼저 "재임기간 동안 긴급하게 현안을 대응해야 하는 문제와 농업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구조적인 대책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현안 대응은 빠르고 선제적이며 민첩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구조 개혁은 문제가 있는 부분을 꺼내 조금 더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구상을 밝혔다.
그는 "현안 대응의 경우 이번 주말에도 장마전선이 올라와서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하는데 주말이 되기전 전국 산지에서 서둘러 대응하는 것을 찾고 품목별 생육관리협의체와 함께 농가에 연락을 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먼저 나서서 선제적으로 민첩하게 대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구조를 개혁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며 "농식품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쌓여있던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어떻게 풀어야 할 지도 알고 있지만 유럽이 200~300년 걸쳐서 한 것을 우리는 서둘러서 해야 한다. 다 해결하지는 못해도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계획을 말했다.
아울러 "외부에선 농식품부의 업무 방식과 관련해서 국민, 소비자, 언론, 국회 등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했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확한 전달을 하지 못해서 오해와 의심, 걱정이 들게 했다는 것에 대해 반성하고 앞으론 소통을 강화해서 업무를 하는데 유연하고 쉽게 풀릴 수 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차관과의 일문일답.
-농식품부가 한 달 전에 배달앱 상생방안을 요구했는데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를 올렸다. 이로 인해 외식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배민이 배달앱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로 독점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고 이로인해 외식업체들이 높은 수수료로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단기적으로 불합리하게 수수료를 올렸다면 협조를 요청할 수 있지만 강제로 정부가 수수료를 낮추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문제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시장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 배달앱은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지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홍보가 안돼 민간업체를 견제하는 역할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공 배달앱을 경쟁력 있도록 만들고 다른 민간 배달 업체와의 연결을 통해 경쟁구도를 만드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호우로 농업분야 피해가 적지 않은데 농업재해복구방안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 올해 재해복구비 지원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재해복구대책의 경우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농식품부에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으로 현재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호우에 따른 농업분야 피해가 접수된 것을 살펴보면 약 1만㏊ 침수된 것으로 보고됐다. 예년의 경우 7만㏊ 수준의 침수가 이뤄지기도 했다. 아직은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 이번 호우로 논의 침수가 많은데 벼의 경우 침수된 지 24시간 안에 배수를 해주면 안정적으로 자라는데 큰 문제가 없다. 그 다음은 병해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빠르게 방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해 예방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논에 벼만 심었지만 최근엔 비닐하우스 등이 들어가서 채소류를 키우는 곳도 많아서 폭우에 따른 비닐하우스 피해도 발생한다. 농지에 비닐하우스가 들어갈 경우 복토를 해서 물이 차도 침수가 안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난해 냉해로 피해가 많았던 과수의 경우 기상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급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스마트농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해를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 정도 있는데 먼저 재해보험을 든 농가들은 보험을 이용해 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처를 할 수 있고 재해보험에 들지 않은 농가의 경우 재해복구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피해를 입은 농가를 대상으로 정책자금 융자상환을 연장하는 방법 등도 있다. 지난해 여름에 재해가 발생했을 때 재해복구비를 평년 대비 3배가량 높여서 지원을 했는데 올해도 확정은 안됐지만 필요하면 보완을 해서 지난해 수준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언급했는데 올 하반기에 추진해야 할 과제에 대해 설명해달라.
"올해 하반기에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 중 하나는 농촌 구조개혁이다. 농지 구조개혁 등을 생각하고 있다. 농업 뿐 만 아니라 농업을 둘러싼 여건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규제와 문화, 분위기 등이 새로운 기술 적용을 늦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걸 개혁하고 바꾸는 것이 올 하반기 과제다. 농지의 경우 식량안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지켜야 하지만 활용되지 않은 농지를 지키고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제약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도입되고 있는 수직농장도 좋은 조건으로 운영하려면 농촌에 들어가야 하는데 농지에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수직농장이 농지 상황과 조화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농지 활용도를 높여서 도시민들이 농촌을 찾아와서 즐기고 쉴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도시민이 농촌을 찾아오면 일자리와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지자체가 계획을 세우면 그 계획에 따라 전체 농촌 토지 활용 계획을 중앙정부가 돕고 규제를 푸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선 공급과 수요의 탄력성을 높이려고 한다. 농산물은 공급의 탄력성이 높을 경우 가격이 떨어지고 공급의 탄력성이 낮으면 가격이 급등한다. 가격 등락이 심한 공급 구조를 바꾸고 수요를 다변화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구조개혁이라고 생각한다. 공급의 경우 필요시 시전에 비축을 했다가 부족할 경우 시장에 풀고, 국제 곡물 가격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해외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수요의 변화에 따라 생산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사과와 배의 경우 현재 대과, 당도 중심의 생산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소과 중심의 새로운 수요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고 소고기 가격 안정화를 위해선 생육 시기인 3년 전에 암소와 송아지 마릿수를 파악한 뒤 수급 조절을 하는 식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수요자들에게는 상품의 다양성을 높여줘야 한다. 하나의 상품의 공급이 부족하더라도 대체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을 정부가 형성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복날을 앞두고 가금류 공급상황 또는 가격에 문제가 없는가.
"가금류 공급 상황은 평년보다 많아서 아직 문제가 없다. 최근 호우로 인해 가축 30만 마리가 폐사됐지만 육계 전체 마리수는 1억 마리로 많지 않은 상황이다. 닭의 경우 폭염이 왔을 때 더 취약하기 때문에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 폭염이 발생하면 환풍기를 돌리고 쿨링패트 등을 제때 가동하는 것을 지원할 예정이다. 여름철 삼계탕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은 아직 문제가 없고 앞으로도 대응을 잘하겠다."
-향후 채소류 물가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채소류 물가 안정을 위해 생각하고 있는 방안에 대해 말해달라.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채소류를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채소류의 경우 비가 오고 일조량이 부족하면 생육 지연으로 공급에 문제가 생기는데 근본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지 고민하고 있다. 스마트팜을 다 적용하면 좋지만 당장 다 도입할 수 없는 만큼 비닐하우스로 보충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비가 오고 일조량이 부족하면 보강등을 달아서 보충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쌀값 하락으로 인해 농업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쌀값 하락으로 산지 농업인이 어려운 것에 대해 알고 있다. 쌀 가격 문제는 농가 문제가 아니라 수확기에 쌀을 구입해서 보관하고 있는 업체들의 관리의 문제가 있다.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쌀 가격이 낮아진다고 보면된다. 지난해의 경우 수확기때 370만t의 쌀이 신규로 생산되고 수요는 360만t 수준으로 예측돼 9만~10만t을 공급과잉으로 보고 10만t을 시장에서 격리했다. 수요과 공급이 일치한데도 쌀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쌀 시장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한쪽에선 쌀을 많이 가지고 있고 한쪽에선 가공을 하는데 쌀이 부족하다고 한다. 미스매칭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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