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자신하며 ‘우클릭’ 하는 이재명…김두관, 팬덤 압박 속에 ‘일극 체제’ 비판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의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후보들이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재명 후보는 압도적 승리를 예상하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검토 등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언더독’(열세 주자)인 김두관 후보는 ‘이재명 일극 체제’ 문제를 띄우며 추격에 나섰다.
이 후보 측은 이번 선거에서의 압도적 승리를 자신하는 모습이다. 천준호 전 당대표 비서실장은 1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여론조사나 흐름을 보면 당내에서는 대략 70% 이상, 80% 가까이가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있다”며 “다수의 지지를 잘 받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가 출마 기자회견에서 밝힌 정책 방향을 두고 ‘우클릭’ 비판이 일부 제기된만큼, 캠프 측은 향후 당내 여론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후보는 전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유예를 시사하고, 종부세도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부자 감세’를 비판해온 당의 기존 노선과 달리 감세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이 후보와 결이 다른 입장이 나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연 토론회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적극적으로 환수해야 한다”며 “여러 이유로 당내에서 종부세에 대한 이견이 나오지만 이 문제에 대해 당이 토론과 논의를 통해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여당의 초부자감세 노선을 비판했다.
야권에서는 이 후보의 발언에 직접 날을 세운 반응들도 나왔다.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으로 세수가 부족해 민생복지 등에 쓸 돈이 떨어진 상태”라며 “그런데 종부세와 금투세를 줄이거나 유예한다니 매우 걱정”이라고 말했다. 진보당은 성명을 내고 “종부세와 금투세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언급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무척 우려스럽다”라며 “진정으로 ‘먹사니즘’을 유일한 이데올로기로 생각한다면, 부자감세가 아니라 ‘소득재분배’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인태 전 의원은 “종부세를 근본적으로 건드리는 것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부정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될 문제”라고 했다.
사실상 이 후보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김 후보는 ‘일극 체제’의 위험성을 연일 거론하며 견제에 나섰다. 그는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1인 정당’, ‘제왕적 대표’는 민주당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다양성, 역동성, 연대와 연합으로 승리하는 민주당의 길이 당심”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 강성 팬덤에 대한 두려움도 드러냈다. 그는 “나를 지지하겠다는 의원들에게 그냥 지지하지 말라고 했다”며 “(강성 당원들에게 공격받을) 염려가 충분히 되지 않나. 지금 그것이 우리 당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지지했다가 이 후보 지지 강성당원들의 등쌀에 시달릴 것을 우려해 차라리 지지하지 말라고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론은 이 후보 지지가 압도적이다. 이날 ‘미디어토마토’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전반을 대상으로 조사한 김 후보의 지지율은 37.8%로, 이 후보(44.9%)와 격차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응답 대상을 당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지지율이 9.9%로, 이 후보(87.7%)에 현격히 뒤졌다.
김 후보는 이날 양산을 찾아 약 20분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접견했다. 전날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친문재인계 등 비이재명계를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경쟁이 있어야 역동성을 살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라며 “김 후보 출마는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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