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토마호크' 30여 년 만에 독일 재배치... 유럽 안보 '더 두텁게'

냉전 종식 후, 미→독 장거리미사일 첫 배치
"미국의 나토 헌신·유럽 안보 기여 보여줘"

2018년 미국 해군이 공개한 이미지에서 미국의 장거리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가 시리아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AP 연합뉴스

미국이 2026년부터 독일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 장거리 무기를 배치하기로 했다. 장기 위협이 된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자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유럽과 안보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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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2,000㎞↑ 토마호크... 모스크바 타격 가능

미국 워싱턴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진행 중인 10일(현지시간) 미국과 독일은 별도의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2026년부터 독일의 장거리 무기 시스템 계획에 참여할 것이며, 여기에는 토마호크(순항미사일), SM-6(함대공미사일), 개발 단계에 있는 극초음속 무기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독일 내 장거리 미사일 배치는 1991년 냉전 종식 후 처음이다. 미국은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사거리 500~5,500㎞의 지상 발사 핵 및 재래식 미사일 생산·실험·배치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맺으면서 독일,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에 배치했던 미사일을 제거했다. 새로운 배치는 미국이 2019년 '러시아의 INF 위반'을 이유로 INF에서 탈퇴하며 가능해졌다.

특히 토마호크는 다분히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토마호크 사거리는 2,000㎞ 이상으로, 향후 무기가 배치될 독일 바이에른주(州)에서 발사 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도달할 수 있다. 독일제 순항미사일 타우러스는 사거리가 약 500㎞다. 또 토마호크는 저고도로 비행하며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꿀 수 있어 레이더 탐지도 어렵다. 공동성명은 "유럽 내 기존 무기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를 다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왼쪽에서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1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리셉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왼쪽에서 두 번째) 나토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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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체제 흔들릴라' 우려 속... 방어막 더 두텁게

이번 결정은 '미국이 나토 체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유럽 내 안보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유럽이 나토를 통해 미국에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보고, 당선 시 관련 질서를 흔들고자 한다. 공동성명에도 "이번 조치는 나토에 대한 미국의 헌신 및 유럽의 억지력에 대한 미국의 기여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폴란드 내 미국 미사일 요격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가 완공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그간 해당 시설을 '나토의 동진 증거'라고 간주해왔다. 폴란드도 다음 달 동부 국경 병력을 현 6,000명에서 8,000명으로 늘린다고 발표하는 등 나토 방어망은 더 두터워지고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