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정치놀음’의 장이 아니다

한겨레 2024. 7. 11. 15: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권은 정치적이다.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은 필요에 따라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좌파 인권'이라는 괴상한 용어는, 분단 현실을 끊임없이 이용해왔고 또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특정 인권만을 사고해온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리라.

인권위원이 정치적 수사를 넘어 자신의 욕망을 위해 떼쓰기 도구로 인권을 활용하는 현실이 한없이 부끄럽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인권위 정상화 위한 연속 기고 ②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용원(오른쪽),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정은 | 국립창원대 사회학과 교수

인권은 정치적이다.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은 필요에 따라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유엔의 국제인권 체제 속에서 인권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의 최후의 언어로서, 한 나라의 사회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근대적 지표로 자리매김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이집에서부터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가르치고, 초·중·고 사회 교과서에 인권교육을 강화했으며, 일부 대학에서 교양필수로 인권 과목을 지정한 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수많은 차별과 불평등한 인권문제를 해결해왔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유엔 인권소위원회, 자유권위원회, 사회권위원회 등에서 한국위원들이 선출되며 한국은 인권국가의 이미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유독 국내 인권은 정쟁의 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충남에 이어 서울이 지난 7월4일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했고, 인권위 상임위원은 자신이 보호해야 할 피해자를 고소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이승만 정권은 남북 대치 상황에서 자유주의 국가의 우월성을 홍보하기 위해 ‘인권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2년 법무부에 인권옹호과를 설치하고 ‘인권연보’도 발간했다. 서구의 시민혁명으로 획득한 권리와 달리, 정부 주도로 활용된 인권의 내용은 바로 ‘공산 침략세력’을 무찌르는 것이었다. 정권이 독점한 인권 용례 이외에는 어느 것도 용납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권력에 저항하는 시민을 국가 전복을 꾀하는 빨갱이로 매도하기도 했다. ‘좌파 인권’이라는 괴상한 용어는, 분단 현실을 끊임없이 이용해왔고 또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특정 인권만을 사고해온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리라.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가장 쉬우면서도 저급한 정치방식이 이분법과 편 가르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일부 공직자만이 그 방식으로 인권 영역까지 ‘정치놀음’의 장으로 만드는 구태의연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인권위원이 정치적 수사를 넘어 자신의 욕망을 위해 떼쓰기 도구로 인권을 활용하는 현실이 한없이 부끄럽다.

2001년 11월25일 인권위가 출범할 때, 나는 인권위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미 고인이 된 김창국 위원장은 “국민의 세금이 아깝지 않게 인권침해를 받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인권정책을 바로 세우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조회 시간마다 빠뜨리지 않았다. 일부 인권위원이 정쟁에 빠져 자신의 역할을 보이콧하고 있는 이 시간에도, 인권침해를 구제받기 위해 시민들은 인권위 문을 두드리며 진정서의 의결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인권은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권 현실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지난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인권위는 노동, 여성·노인, 이주민·외국인 등 해결해야 할 인권 문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일부 위원으로 인해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그래서 정쟁에 휘둘리지 않으며 국내외 인권 문제를 예리하게 직시하고 다양한 인권의 가치를 확장시킬 수 있는 차기 인권위원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때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