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안전 뒷전…통일부, 로펌에 ‘대북전단 단속은 위헌’ 검토 요청

이제훈 기자 2024. 7. 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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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대북전단을 단속하려는 접경지역 지자체와 국회의 행정·입법 조처를 '위헌·위법' 행위로 몰아갈 구실을 찾으려 분주히 움직인 사실이 확인됐다.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 주체인 '개인'이 지자체의 단속에 문제제기할 방법을 탐문한 사실도 확인됐다.

11일 통일부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일부는 경기도와 파주시의 대북전단 살포 단속 조처가 '위헌·위법'임을 지적할 법률 검토 의견을 달라고 로펌과 법률전문가한테 지난달 하순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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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가 지난 6월6일 0시에서 1시 사이에 경기도 포천에서 대북전단을 북쪽으로 날려 보낼 때 찍은 사진.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제공

통일부가 대북전단을 단속하려는 접경지역 지자체와 국회의 행정·입법 조처를 ‘위헌·위법’ 행위로 몰아갈 구실을 찾으려 분주히 움직인 사실이 확인됐다.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 주체인 ‘개인’이 지자체의 단속에 문제제기할 방법을 탐문한 사실도 확인됐다.

11일 통일부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일부는 경기도와 파주시의 대북전단 살포 단속 조처가 ‘위헌·위법’임을 지적할 법률 검토 의견을 달라고 로펌과 법률전문가한테 지난달 하순에 요청했다. ‘위헌·위법’이라는 방향을 가리키며 의견을 달라는 방식이다.

통일부가 이런 주문을 한 때는 경기도가 경기북부경찰청과 파주경찰서에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김경일 파주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파주시 모든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지정해 대북전단 살포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힌 지난 6월21일 직후다.

접경지역 지자체의 대북전단 살포 단속을 가로막을 ‘법률적 무기’를 주문한 주체는 통일부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맡은 ‘인권인도실’이다. 인권인도실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기존의 ‘인도협력실’을 없애고 업무 초점을 북한인권에 맞춰 새로 만든 부서다.

지난 6월11일 경기도의 특별사법경찰단이 경기도 접경지역의 대북전단 살포 예상 지역을 돌며 전단 살포 여부를 살피는 모습. 사진 경기도 제공

통일부는 이 과정에서 중앙 부처 차원의 대응 논리뿐만 아니라 “개인이 (단속 지자체에) 취할 수 있는 조치”도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행정부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지자체의 단속에 맞설 ‘법률적 무기’를 통일부가 전단 살포 주체들한테 제공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아울러 통일부는 더불어민주당의 박지혜 의원(의정부 갑)과 윤후덕 의원(파주시 갑)이 각각 대표발의한 남북관계발전법 일부 개정안의 ‘위헌·위법’ 요소를 지적할 법률 의견을 달라고 로펌과 법률전문가한테 요청했다. 박지혜·윤후덕 의원의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26일 대북전단 살포를 전면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 24조1항3호와 25조 중 24조1항3호 관련 부분이 ‘과잉 금지 원칙’을 어겨 위헌이라고 평결한 데 따라 대북전단 살포를 단속·제어할 법적 근거를 새로 마련하려는 보완 입법 행위의 하나다.

지난 6월2일 경기도 파주시 운정동에서 발견된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내용물을 군인들이 치우는 모습. 사진 합동참모본부 제공

통일부는 지자체와 국회의 대북전단 단속·제어 노력을 가로막을 ‘법률적 무기’를 찾는 데 골몰할 뿐, 남과 북의 ‘대북전단-오물풍선’ 주고받기로 불거진 갈등과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주무부처 차원의 대책 마련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통일부는 행정안전부·경찰청 등 유관부처와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한 공식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과 행정안전부는 ‘최근 1년간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통일부와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고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겨레에 밝혔다.

통일부는 한겨레의 관련 질의에 일련의 법률 자문을 요청한 사실을 확인하며 “이는 법률적으로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전문가의 법적 검토 의견을 요청한 것이지, 특정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전문가들의 명망을 고려할 때 가능한 일도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헌재는 위헌 평결을 내리면서도 대북전단 살포(에 따른 갈등)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보고 입법적 보완을 통해 적절한 (단속)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며 ”통일부의 행보는 헌재의 이런 평결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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