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렉카, 이젠 그들이 폭로당할 시간 [리폿@VIEW]

[TV리포트=강해인 기자]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유튜버 '쯔양'이 과거에 겪었던 아픔을 고백했다.

한밤 중 폭풍이 지나갔다. 그리고 후폭풍이 불고 있다. 시작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였다. 10일, 이 채널에서는 사이버 렉카로 활동하는 유튜버들의 모임, 일명 '렉카 연합'이 쯔양의 과거를 폭로하겠다며 수천만 원을 뜯어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영상이 업로드된 이후 쯔양도 카메라를 켰다. 그녀는 지난 4년 간 전 남자친구이자 전 소속사 대표 A씨로부터 데이트 폭력, 불법 촬영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A씨가) 본인이 일하는 곳에 데려가 앉아서 술만 따르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잠깐 술집에서 일한 적이 있다. 번 돈도 다 빼앗아 갔다"라고 털어놨다.

1천 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긴 시간 동안 이런 일을 겪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니, 영상에서 항상 밝은 모습을 비췄던 쯔양이게 이런 사연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런 상처가 있었음에도 쯔양은 최근, 1천만 구독자를 기념해 2억 원을 기부하는 선행을 펼치며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정보의 관문 역할을 자처했던 '렉카 연합'의 어두운 뒷면에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을 일컫는 사이버 렉카라는 단어는 '이슈를 공론화해 조회수 등의 이득을 얻는 크리에이터'를 뜻한다. 이 행위를 나쁘게 보는 사람들에겐 '연예인 등 유명인에게 일어난 이슈를 악의적으로 편집한 영상을 제작해 그들을 비하, 비난하는 유튜버'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사이버 렉카는 최근 부쩍 많이 거론되고 있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이슈를 만들기 위해 허위, 거짓, 가짜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는 행위가 비판 받아왔다.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도 더 많이 주목을 받는 게 그들 콘텐츠의 목적으로 보였고, 이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의해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소송까지 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문제다. 가세연이 공개한 녹취록에서는 '렉카 연합'이 정보의 공개 및 유통에 관여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녹취록엔 렉카 연합이 '쯔양의 과거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대가로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았다는 걸 추측해 볼 수 있는 대화가 들어 있었다.

녹취록에 등장한 유튜버 '전국진', '구제역', '카라큘라'는 “이 정보 공개되면 쯔양은 은퇴해야 한다”라며 치명적인 정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를 두고 공개할지, 아니면 공개하지 않고 쯔양 측에게 돈을 받는 게 나을지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쯔양을 '그X' 등으로 표현하는 저급한 행태도 볼 수 있었다. 평소 진실과 정의를 추구한다고 공표했던 그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외에도 그들이 쯔양 외의 사람에게 뒷돈을 받아왔다는 걸 암시하는 대화도 있어 충격을 줬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게 결국 돈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던 녹취록이었다. 사실, 돈 자체를 좋아한다는 건 새롭지 않다. 조회수가 곧 돈이었고, 그걸 위해 움직이던 집단이니까. 정말 놀랐던 건, 그들이 정보의 유통을 쥐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데 있다. 더불어, 카르텔을 형성해 당당히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고도화된 협박과 다를 게 없다.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리와 힘을 줬을까. 오만한 이들이 우연히, 그리고 부당하게 얻은 힘으로 너무 많은 걸 누려왔던 게 아닐까.

현재 서울중앙지검엔 쯔양을 협박했거나 이를 공모한 유튜버들을 공갈 등의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카르텔을 형성했던 이들의 행적이 모두 밝혀지길 바란다. 이 과정에서 부당한 일이 있었다면 제대로 처벌받고, 시청자에게도 심판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먼저 영상으로 폭로전을 시작하는 걸 제안한다. '렉카 연합'이 가장 좋아하고, 잘했던 일이 사고를 공론화하는 것 아니었던가. 좋은 소재 아닌가. 조회수는 분명 잘 나올 테니.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채널 '쯔양'·'구제역'·'카라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