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프레시 합병한 할리스, IPO 대신 ‘종합식품기업’ 추진
4000억 원하던 할리스, 상장 작업 중단
시너지 높이고 외형 키워 IPO 재도전할 듯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할리스를 운영하는 KG할리스에프앤비(이하 할리스)가 육류가공업체 KG프레시를 합병한다. 할리스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왔는데,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자 상장보다 시너지 확대 및 외형 확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할리스는 오는 8월 30일까지 KG프레시를 흡수합병할 계획이다. KG프레시는 할리스가 2020년 육가공업체 HJF 지분 100%를 800억원에 인수해 만들어진 회사다. 현재도 할리스가 지분 100%를 갖고 있어 두 회사의 합병은 흡수합병으로 이뤄진다.
두 회사의 합병과 관련해 IPO를 추진하는 할리스가 몸값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업계에서는 할리스가 IPO에서 사업 확장에 무게를 두고 전략을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G할리스에프앤비의 완전 자회사였던 만큼 이들 양사의 합병이 실적 개선 및 상장 후 몸값 상승과 직접 연관되지 않기 때문이다. KG프레시는 KG할리스에프엔비의 연결대상 종속기업으로 편입된 채로, 합병 전에도 양사의 실적은 통합 계상됐다.
할리스 역시 합병과 관련,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할리스는 “양사가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제휴 및 노하우를 통해 시너지를 낼 전망”이라면서 “특히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각기 다른 강점이 있어 합병 이후 종합식품·외식기업으로 날개를 펼 것”이라고 했다.
이종현 대표도 “이번 합병으로 고객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마케팅·브랜딩 전략 등에 강점을 가진 할리스와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춘 KG프레시가 강점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합병을 위한 절차를 이른 시일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스의 KG프레시 합병은 최근 유통업계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동원F&B는 지난 4월 온라인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했던 동원디어푸드를 합병했다. 분할이 이뤄진 지 3년 만에 이뤄진 결정으로, 합병 목적은 사업경쟁력과 경영효율성 제고다.
현대백화점 역시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자회사 현대쇼핑을 흡수합병하며, 현대홈쇼핑의 자회사 현대퓨처넷의 현대아이티앤 흡수합병도 진행한다. 현대아이티앤은 프로그래밍과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을 영위하는 완전자회사다.
이마트 역시 통합 매입·물류 등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흡수합병했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통합추진사무국을 운영하면서 편의점 사업을 영위하는 이마트24 역시 합병하는 방안을 논의해 오고 있다.
할리스는 시장의 기대가 목표로 한 몸값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업 효율성을 키워 다시 IPO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할리스는 애초 4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목표로 IPO를 추진했으나, 시장에서는 3000억원에도 미치지 않는 몸값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KG할리스에프앤비는 지난해 8월 국내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서(RFP)를 발송, 올해 중 한국거래소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지만, 상장 후 몸값 추산이 기대에 못 미치며 절차를 중단했다.
할리스는 실적 개선세가 꺾인 할리스와 역성장을 기록한 KG프레시를 합병해 시너지를 키우고,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외형을 키워 다시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할리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풍토병화 이후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난해에는 회복세가 꺾이며 코로나19 이전 수치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할리스는 2022년 별도기준 매출액 1359억원, 영업이익 85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17.2%, 197.1%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440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5.7%,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만, 2019년 매출 1649억원, 영업이익 155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12.9%, 41.8% 작은 수치다.
케이지프레시는 코로나19 시기에도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역성장을 기록했다. 케이지프레시의 지난해 매출액은 1670억원, 영업이익은 39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 33.5% 감소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완전 자회사 흡수합병은 실적 개선 보다는 사업 효율성 제고를 노리는 성격이 강하다”면서 “상장 후 주주 구성이 복잡해지면 합병이 어려워지는 걸 대비하는 차원도 있겠지만, 현시점에서 할리스는 실적을 개선해 몸값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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