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리스(Soulless)’ 전현무의 영혼 주입 예능, ENA ‘현무카세’[스경X현장]

하경헌 기자 2024. 7. 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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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새 예능 ‘현무카세’ 포스터. 사진 ENA



방송인 전현무가 일이 많다는 건 이제 사실을 넘어 하나의 ‘고유명사’, ‘밈(Meme)’이 됐다. 전현무가 어딜 갈라치면 “녹화하러 가시는군요?”라는 말이 따르고, 누굴 만나러 간다고 하면 “방송 섭외 미팅 가시는군요?”라는 말이 따라올 정도다.

그는 지난해 공식적으로 21개의 프로그램을 했다고 집계됐고, 현재도 11개의 프로그램을 그야말로 ‘돌리고’ 있다.

그런 그가 새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이 문장만큼 대중의 눈에 익숙하면서도 식상한 문장이 또 있을까 싶다. 한때 “영혼을 뺐다. 자기주장을 안 한다”고 했을 정도로 관습적인 일과였던 출연에 전현무가 모처럼 영혼을 집어넣었다. 그런 주장을 하면 또 의아할 대중들이 있을 법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방송인 전현무가 11일 오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ENA 예능 ‘현무카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요리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ENA



ENA 예능 ‘현무카세’에 출연하는 전현무는 매번 등장하는 요리를 미리 두 번씩 연습해온다. 그가 이른바 ‘실험쥐’라고 부르는 ‘테스터’들도 꼼꼼히 섭외해 피드백을 듣는다. 심지어 간판도 직접 만들고, 인테리어도 직접 했다.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일단 요리가 있다. 그는 MBC ‘나 혼자 산다’ 때부터 영국 요리사 고든 램지에 빗댄 ‘무든 램지’라 주장하며 요리에 애정을 보여왔다. 실제 2022년 10월 ‘팜유 라인’으로 불리는 이장우와 박나래를 집으로 초대해 셰프 임의로 내놓는 요리인 ‘오마카세(お任せ)’를 내놓기도 했다.

이후 ‘전지적 참견 시점’이나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요리와 음식에 대한 애정을 계속 과시했다.

배우 김지석(왼쪽)과 방송인 전현무가 11일 오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ENA 예능 ‘현무카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요리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ENA



그리고 토크도 있다. 이른바 지붕에서 입을 터는 스튜디오 토크 경험도 많은 그는 많은 토크쇼를 거쳤다. 그리고 자신의 하루를 꽉 채워줄 수 있는 말동무를 원했다. ‘현무카세’는 전현무와 ‘오마카세’를 합치고 절친인 배우 김지석과 매주 그와 가깝거나 가까워지고 싶은 이들이 마음을 채우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전현무는 11일 오전 서울 합정동의 카페 디벙크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다작의 이유를 밝혔다. “이미지 소비에 대한 걱정이 없냐”는 질문에 “이미지 소비만 20년째 하고 있다. 더 소비될 이미지도 없지 않냐”라고 반문한 그는 “다작을 안 한 적이 없다. 아나운서 때 2만원 받을 때도 다작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나 혼자 산다’에서 다작의 이유로 불안감을 들기도 했던 그는 “조금 더 근본적인 이유는 꿈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일밤’의 MC분들을 보면서 그 옆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걸 이뤘는데 몸이 힘들다고 나태해져? 그런 건 스스로 용서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방송인 전현무가 11일 오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ENA 예능 ‘현무카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ENA



전현무는 “일이 좋기에 몸이 박살 나도 하는 것이다. 기회가 감사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불안감은 기저에 깔린 것이고, ‘빚이 많은가’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좋고 기회가 있으니까 잡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출을 맡은 문태주PD 역시 “TV 콘텐츠보다는 유튜브의 느낌으로 만든다. 보통 녹화가 세 시간 정도 걸리는데 손님들이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 제작진의 개입은 전혀 없다. 요리가 되든 안 되든, 손님들이 이야기를 하든 안 하든 그때부터는 두 MC의 몫”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방송인 전현무(왼쪽)과 배우 김지석이 11일 오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ENA 예능 ‘현무카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ENA



‘다작의 아이콘’이지만 그만큼 영혼도 없었던 방송생활, 퇴근 후 기분 뻐근하게 즐기는 요리와 토크의 즐거움이 전현무를 채운다. 어쩌면 ‘현무카세’는 전현무 스스로가 가장 필요로 했을 기획일지도 모르겠다. 그 기쁨이 11일 오후 9시부터 매주 목요일 ENA에서 드러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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