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바이든 [코즈모폴리턴]

홍석재 기자 2024. 7. 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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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요, 완전 붕괴됐어요."

영화 '헤어질 결심'(2022)의 명대사가 떠오른 것은 지난달 27일 미국 대선후보 토론 뒤의 일이다.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이 민주당의 '붕괴'를 막기 위해 바이든의 토론을 감싸고 있다"(미국 CNBC)거나 "믿기 어려울 만큼 부진했던 대통령의 토론이 민주당에 '전면 붕괴'를 촉발했다"(폴리티코)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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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홍석재 | 국제뉴스팀 기자

“나는요, 완전 붕괴됐어요.”

영화 ‘헤어질 결심’(2022)의 명대사가 떠오른 것은 지난달 27일 미국 대선후보 토론 뒤의 일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넉달여 앞두고 열린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간 첫 텔레비전 토론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났다. 민주당 후보이자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지능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토론을 마치자,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이 “민주당에 악몽 같은 토론”이었다는 관전평을 내놓을 정도였다.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내가 토론을 망쳤다”고 인정했다.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더 많은 잠을 자고, 일하는 시간을 줄이며, 오후 8시 이후 행사를 피하겠다’는 대책은 지지자들을 ‘멘붕’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실제, 토론 뒤 바이든 대통령 관련 외신 기사에서는 ‘붕괴됐다’(melt down)는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이 민주당의 ‘붕괴’를 막기 위해 바이든의 토론을 감싸고 있다”(미국 CNBC)거나 “믿기 어려울 만큼 부진했던 대통령의 토론이 민주당에 ‘전면 붕괴’를 촉발했다”(폴리티코) 같은 것들이다.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의 어릴 적 고향 마을 스크랜턴에서 ‘토론 붕괴’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는 기사도 등장했다.

우려는 미국 바깥으로도 번지고 있다. 당장 피부로 느끼는 걱정이 가장 큰 나라는 우크라이나인 것 같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토론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아냥거리는 듯한 태도로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1월20일 취임 전 당선자 신분으로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젤렌스키 간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 지원해오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 유럽연합(EU) 여러 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나토가 독일에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군수사령부 설립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나토 주둔지 설치를 서두르는 것도 ‘트럼프 2.0’에 대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토론 모습이 미국 동맹국들, 특히 나토와 유럽에 우려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주요국들도 다양한 경우의 수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처지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지난달 26일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트럼프가 두번째 임기를 맞으면 동맹국을 무역의 적으로 간주하고, 전세계에서 미군의 입지를 줄일 뿐 아니라 (일부 국가의) 독재자들과 친해지고, 아시아에서 핵 비확산을 보장해온 규범에 도전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아시아에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처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모시토라’(트럼프 재선 가능성을 뜻하는, ‘혹시 트럼프’라는 뜻의 일본말)를 대비했던 경우도 있다. 반면 한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집권이 시작되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 등으로 또 한번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직 미 대선까지 4개월이란 시간이 남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대로 붕괴될지, 재기에 성공할지, 혹은 ‘헤어질 결심’을 할지 아직은 ‘안개’ 속이다.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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