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중국에 “러 전쟁 결정적 조력자” 경고…북러 군사협력 우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10일(현지시간) 중국을 지목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결정적인 조력자”라며 강력 비판하고, 북·러 간 군사협력 심화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장기적인 안보 지원을 약속하고 나토에 가입하려는 노력이 “불가역적 경로”에 있다며 지지를 밝혔다.
나토 32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워싱턴에서 나토 창설 75주년을 맞아 열린 정상회의 이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무제한’ 파트너십과 러시아 방위산업 기반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정적인 조력자(decisive enabler)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에 “무기 부품, 장비, 원료 등 이중 용도 물품의 이전”을 포함하는 대러 물자 수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은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 심화와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약화하고 재편하려는 시도는 깊은 우려를 야기한다”고도 밝혔다. 성명은 “중국은 계속해서 유럽·대서양 안보에 구조적 도전을 제기한다”면서 중국의 악성 사이버 활동과 허위정보, 핵무기 증강 등도 거론했다.
나토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수행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을 지목해 강한 수위로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중국이 공격용 무기를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방위산업을 지탱하는 각종 물자를 대거 공급하는 것이 전쟁 지속의 핵심 요인이라고 보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나토 퍼블릭 포럼 대담에서 “중국은 유럽과 좋은 관계를 원한다면서 동시에 냉전 종식 이후 유럽 안보에 가장 심각한 위협에 연료를 공급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성명을 계기로 미국은 대러 지원을 중단하라고 중국을 압박하는 데 유럽 국가들을 동참시켰다. 미국이 향후 대중국 제재 부과 등에서 나토 회원국과 공동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상회의에 초청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과도 11일 회의 등을 통해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북·러 군사협력과 관련해 정상들은 “우리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대러시아 포탄 및 탄도미사일 수출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심화에 크게 우려하고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 이란의 러시아 지원이 비확산 체제를 약화한다고도 규탄했다.
나토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에 내년에도 최소 400억유로(약 60조원)를 지원하는 등 장기적 지원을 약속했다. 블링컨 장관은 덴마크와 네덜란드가 제공한 F-16 전투기가 우크라이나에 인도 중이라고도 밝혔다.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나토 가입을 포함해 완전한 유럽·대서양 통합으로 가는 불가역적 경로에 대해 계속해서 지지한다”고 밝혔다.
11월 미 대선을 약 4개월 앞두고 열린 이번 나토 정상회의 전반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묻어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큰 충격이 없도록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 지원을 제도화하고 나토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회의의 초점이 됐다는 것이다. 독일에 우크라이나 군사 장비·훈련 지원을 위한 지휘부(NSATU)를 설치하고 유럽이 더 많이 우크라이나 지원금을 분담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지원 계획을 ‘트럼프로부터 보호하는 일(trump proofing)’이 이번 회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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