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협약 [제프리 삭스 - HIC]
이 기사는 해외 석학 기고글 플랫폼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93개 UN 회원국이 오는 9월 22~23일 미래를 위한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UN본부에서 만난다. 이번 회담은 세계가 전쟁과 갈등에서 평화와 글로벌 문제 해결로 전환하기 위한 중요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각 국은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UN 시스템을 개혁할 미래를 위한 협약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금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로드맵을 논의하고 있다.
협상가들은 초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국이 우리 시대의 주요 도전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야심 찬 미래 협약을 도입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의 자원과 정치의 너무 많은 부분이 전쟁과 전쟁 준비에 치중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 동부 콩고 등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끔찍한 인명 피해와 심각한 고통, 막대한 파괴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미국, 중국, 러시아 간의 위험한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핵무기와 우주 무기 경쟁도 포함된다. 세계는 빈곤, 질병, 환경 파괴를 종식시키는 데 사용돼야 할 수조달러의 자금을 매년 군비에 낭비하고 있다. 2024년 세계 평화 지수(Global Peace Index)에 따르면 2023년 세계 GDP의 13.5%에 해당하는 19.5조달러가 폭력으로 인해 손실됐다.
미래를 위한 협약은 유엔 다자간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다섯 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①지속 가능한 발전 ②평화와 안보 ③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 ④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 ⑤유엔 시스템의 개혁. 이 다섯 가지 주제는 모두 유엔의 역할을 강화하고 글로벌 협력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이다.
필자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대신해 이끌고 있는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다자간 시스템 개혁에 대한 전 세계 주요 학자들의 견해를 요약한 성명을 발표했다. SOTF에 대한 SDSN 성명서는 SDSN의 2024 지속가능발전보고서 제1장에 포함돼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빈곤, 기아, 질병, 환경 파괴와의 싸움을 포함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당한 공공 투자가 필요하다. 문제는 저소득 및 중저소득 국가들이 SDG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장기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40억명이 거주하는 이들 빈곤 국가들은 SDG에 투자하기 위해 매년 2조~3조달러, 즉 세계 생산량의 약 2~3%에 해당하는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이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실용적인 목표다.
오늘날 평화 목표에 있어 핵심 과제는 강대국 간의 적대감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 및 중국과 위험한 경쟁을 벌이며, ‘우월성’ 또는 이들 국가에 대한 지배적 힘을 행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에 저항한다. 그 결과는 우크라이나 전쟁 또는 동아시아 전쟁 위험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군국주의와 강권 정치가 아닌, 유엔 헌장을 기반으로 한 강대국 간 경쟁이 이뤄지도록 보다 강력한 유엔 주도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어떤 단일 국가가 우월성이나 패권을 달성할 수 있거나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주요 강대국들은 서로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고 평화와 상호 존중 속에서 공존해야 한다. 또한, 서로 간에 거리를 유지하며, 다른 강대국 인근에 군사 기지를 배치하지 않아야 한다.
기술 목표의 주요 과제는 생명공학, 인공지능, 기후공학 등 새로운 첨단 기술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거버넌스를 보장하는 것이다. 전 세계 군대와 대기업이 이러한 강력한 기술을 비밀리에 관리하는 상황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이러한 기술은 정직, 투명성, 그리고 대중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바탕으로 관리돼야 한다.
청년과 미래 세대 목표에 있어 가장 큰 과제는 모든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교육은 좋은 직업과 존엄 있는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억명의 아이들, 특히 빈곤 국가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21세기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 열악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하면 이 아이들은 평생 빈곤과 불완전 고용 또는 실업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심지어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 체제가 필요하다.
유엔 시스템 개혁 목표의 핵심은 유엔 기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이들이 더욱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현재 유엔은 소수의 강대국, 특히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유엔에 대한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유엔 시스템 전체가 약화된다. 따라서 우리는 개별 정부의 기여 대신 CO2 배출, 해운, 항공, 금융 거래 등에 대한 국제 세금을 통해 유엔이 적절하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유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유엔 기관들은 1945년 설립 당시의 세계가 아닌 2024년의 세계를 더 잘 대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돼야 한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이며, 세계 세 번째 경제 대국이자 핵 보유국이다. 1945년 당시 인도는 아직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유엔 시스템에서 적절한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다.
유엔 개혁을 위해 SDSN이 제안한 또 다른 핵심 권고 사항은 유엔 총회(UNGA)와 더불어 유엔 의회(UN Parliamentary Assembly)를 새로운 협의체로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유엔 총회는 각 회원국에 한 표씩 부여하며, 그 표의 권한은 각 정부의 행정부에 있다. 유엔 의회는 정부가 아닌 전 세계 시민들을 대표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래를 위한 협약은 세계 정부와 시민들이 향후 몇 년 동안 참여해 협력과 평화의 새로운 시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협상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갈등의 세계에서 협력의 세계로 전환할 수 있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This article was published on Herald biz website. Please visit 'Herald Insight Collection' and read more articles.
hongi@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몰카 협박에 술집서 일해"…쯔양, 전 남친 폭행·갈취 폭로
- “게임중독, 학폭당한 약골…지금은 체육관장” 주지떼로 안태영[우리사회 레버넌트]
- 홍명보는 ‘폭로’ 박주호 감쌌다…“그것도 포용해야”
- “아이폰보다 얼굴 잘 나온다” 감탄 부른 자동 줌…삼성 전격 공개
- 징맨 황철순, 그렇게 사람 패고 다니더니…결국 징역 1년 법정구속
- “한 잔에 4천원인데…더 오른다?” 이젠 정말 끊어야하나 [지구, 뭐래?]
- 뉴진스, 한국관광의 얼굴이 되다
- ‘축구계 왕따 자처’ 이천수 “선배들 못났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주호가 나섰겠나”
- 데이트하다 복권 샀는데 ‘20억’ 당첨…"남친과 10억씩 나눠 가질 것"
- 김호중 첫 재판에 나타난 ‘모친’?…알고 보니 ‘사칭女’, 부친만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