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먼저 vs 한국 먼저…엇갈린 금리인하 시기 전망

김남석 2024. 7. 1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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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발언을 나란히 내놓으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둘 모두 명확한 시점에 대한 대답은 회피하면서 시장의 해석도 엇갈렸다.

11일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시장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함께 내놨다.

앞서 파월 연준 의장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금리인하가 너무 늦거나 너무 낮으면 경제활동과 고용을 약화할 수 있다"며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향해 가고 있다고 충분히 확신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그동안의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연준과 한은의 수장들이 '방향성'은 제시했지만 확신을 주지 못하면서 시장 전망도 엇갈렸다. 특히 KB증권과 대신증권은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다른 평가를 내놨다. 두 곳 모두 연준은 연내 2차례 인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평가했지만, 한은이 연준보다 앞서 금리 인하를 단행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과 손실이 명확하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한은이 8월과 11월 두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예상 시점이 9월과 12월인 점을 고려하면 연준보다 먼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보다 수개월 앞서 금리를 인하한 뒤에도 시장 충격이 크지 않았던 만큼,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 것도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연준은 연내 5.00%(상한)까지, 한은은 3.00%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 따르는 것은 맞지만, 미국 역시 조만간 피봇에 나설 것이란 확신이 있는 만큼 한은도 '매크로 환경에 부합하는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오늘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할 것"이라며 "이번 CPI가 시장 전망치에만 부합해도 3개월 연속 둔화세를 보이며 금리 인하에 확신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연준보다 한 달 정도 금리인하 시점이 앞선다고 해서 많이들 걱정하지만, 한 달정도 먼저 내린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며 "ECB가 금리를 먼저 인하한 뒤에도 유로화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처럼 환율 변화는 단기적으로 등락이 있을 뿐, 시장 걱정만큼 폭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KB증권은 한은이 올해 4분기 한 차례의 금리 인하만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이 금리인하에 확신을 주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금리를 일찍 인하했을 때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고려하면, 8월 금리인하가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이 금리를 일찍 인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경기 부양이고, 부작용은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확대"라며 "환율은 이미 높은 수준이고, 시장에선 금리인하를 선반영해 대출금리 하락, 부동산 시장 자극이 나타나고 있어 한은이 굳이 금리인하를 빠른 시점에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린 ECB와 한은의 경제상황과 금리인하 목적도 차이가 있다고 봤다. 유럽은 이미 경제성장률이 0%대였고, 물가 상승률도 2% 초반까지 빠르게 내려와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나라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 중반으로 높이고 있어 금리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가 고용과 물가라면 우리나라는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라며 "한은의 목적인 가계부채와 외환시장 안정이 흔들리고 있는데 굳이 먼저 내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금통위 이후 시장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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