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한은 총재 "시장에 형성된 금리인하 기대, 과도하다"
이 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월에는 깜빡이를 켤 상황이 아니라 금리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였다"며 "현 상황은 물가 안정 추세에 진전이 있는 만큼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서는 "방향 전환을 언제 할지에 관해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위험 요인이 많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선반영됐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현재 당면한 물가, 금융 안정 상황 등을 고려해 볼 때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단 게 대다수 금통위원의 생각"이라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런 기대가 선반영돼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조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든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든지 해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금통위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시장이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 보는가.
▶ 금통위원과 해당 문제를 논의했다. 장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폭 하락한 것에 한은이 금리를 곧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대다수 금통위원은 현재 당면한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해볼 때 지금 시장에 형성되나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 특히 이런 기대를 선반영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 폭이 확대하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모두 가계부채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늘어나지 않도록 해 GDP 대비 비율로는 하향 안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가계부채를 통화정책만으로는 관리할 수 없다.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를 통해 앞으로 문제를 계속 점검할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주택담보대출을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 금통위원들은 어떻게 보는가.
▶지난 5월보다는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완만히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6, 7월 오르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져서 유심히 보고 있다. 한은이 특정 지역 주택가격을 조절할 수 없지만, 수도권 주택가격이 가계부채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미하다. 가계부채 수준을 중장기적으로 낮춰가는 것이 중요한 정책 목표라는 점에서 유의해야 할 시점이 맞다고 본다. 앞으로도 정부와의 정책 공조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유입한다거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4%까지 내렸는데 물가상승률 둔화에 대한 확신이 지난 통방보다 강해졌나. 이제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켤 시기가 됐다고 보는가.
▶지난 5월 아직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금리 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현 상황은 물가 상승률 안정 추세에 많은 진전이 있던 만큼, 이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다만 언제 방향 전환을 할지에 관해서는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아 불확실한 상황이다.
-3개월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금통위원들의 견해는 변함없는가.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후 3.5%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나머지 2명은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유는 4명은 물가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외환시장, 주택가격, 가계부채를 통해 금융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2명은 기본적으로 물가가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외환시장 동향, 가계부채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검토하겠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사용하게 된 의미는.
▶지난 5월에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켠 것이냐고 했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률이 내려가는 추세에 대해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인하를 고려하지 않았고, 깜빡이를 켜지 않고 물가상승률을 우선 보겠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물가만 보면 우리 예상대로 (둔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고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국민이 고통받고 있지만, 그 덕분에 물가 안정이 됐기 때문에 이제는 금리 인하를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나.
▶미국 정책 결정이 외환시장, 환율에 주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고려사항은 맞다. 다만 가계부채, 수도권 부동산 가격 등 국내 금융 안정에 대한 고려도 그에 못지않은 고려 사항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시기를 결정할 것이다.
-기준금리를 장기간 동결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도 커지는 듯하다. 이에 대한 의견은.
▶피로감이란 표현보다는 상대적으로 고금리가 상당 기간 오래 지속되면서 고통받는 국민이 많다. 한편으로는 물가상승률이 2.4%까지 낮아지는 성과를 얻은 것은 고통스럽지만 고금리를 유지하는 통화정책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사실 지금부터 금리 인하를 언제 할지, 인상은 가능성 크지 않지만 이는 고금리 유지로 피해를 보는 정도가 서로 다르다. 환율이 바뀌면 수출업자와 수입업자가 느끼는 게 다르고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는 힘들어도 연금 수혜자는 혜택을 본다. 경제 성장, 금융 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물가안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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