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태극기' 의견 수렴에 보혁갈등 불 붙나…오세훈 셈법은?

1개월간 서울시 누리집 등서 의견 수렴 예고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가상징 공간 조성 관련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광화문 광장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 논란과 관련해 "마음을 열어 놓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찬반 의견을 고려해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4.07.11.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을 내년 말까지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보혁(보수와 개혁) 갈등이 촉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달 25일 6·25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깃대 높이 100m에 가로 21m, 세로 14m짜리 초대형 태극기를 달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발표 이후 공산국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비롯해 오히려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여기에 주로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여는 이른바 '태극기 세력'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라는 정치적인 해석도 나왔다.

각종 비판에 직면한 서울시는 이날 기존 구상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면서 향후 1개월 동안 국가상징공간 전반에 관한 시민 의견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 누리집(홈페이지) 등에 별도 의견 수렴 창구를 만든다. 시는 국가상징조형물의 형태, 높이 등 모든 부문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시는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활용해 국가상징공간과 조형물의 규모부터 디자인에 이르는 전반적 구상에 아이디어를 더해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오 시장은 "국가 상징 공간에 국가 상징 조력이 없다는 문제의식, 이것도 생각이 다 다를 수 있다. 꼭 조형물이 있어야 되느냐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며 "다 의견을 달라. 이번 기회에 다 의견을 듣겠다. 그래서 모여지는 의견을 전부 통합해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계획 최초 발표 후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것처럼 이번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격론이 예상된다.

오 시장이 태극기 높이 조정 등 대안을 제시한 만큼 태극기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가상징 공간 조성 관련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광화문 광장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 논란과 관련해 "마음을 열어 놓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찬반 의견을 고려해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4.07.11. hwang@newsis.com

문제는 찬반 양쪽으로 갈릴 경우 어떻게 결론을 내릴 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1년 무상급식 논란 당시에는 주민투표라는 척도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의견 수렴 결과를 내기 위한 기준점이 없다.

서울시도 일단 1개월 간 의견을 수렴한 뒤 이후 일은 그때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김승원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퍼센티지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은 결국 오 시장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 시장에게 태극기 게양대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격화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 될 수 있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벗어나 있는 탓에 그간 상대적으로 이목을 끌지 못했던 오 시장은 이번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논란을 통해 대중의 관심도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태극기 게양대 설치가 애초에 호국 보훈을 강조하기 위해 추진된 만큼, 오 시장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차기 지도자감으로 주목을 끌 수 있을 전망이다.

보수 정치인으로 선명성을 강조하면 중도 성향 유권자 일부가 등을 돌릴 수도 있지만, 이른바 '집토끼' 단속을 위해서는 이번 태극기 논란이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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