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단양서 배터리 원료 리튬 광상 찾아…실제 개발은 어려울 듯

이종현 기자 2024. 7. 1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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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자원硏, 국내 리튬 유망 광상 탐사 결과 발표
12개 지역 탐사…울진·단양서 유의미한 품위 확인
매장량 확인 위한 시추 난관…함량도 해외보다 낮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진이 단양 지역의 리튬 광상에서 휴대용 광물자원성분분석기를 이용해 품위를 측정하고 있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

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이 국내에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매장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햐안 석유’로도 불리는 핵심 광물인 리튬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첫 연구 결과다. 다만 광물의 리튬 함량이 낮고, 시추도 어려워 생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자원연)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국내 리튬 유망 광상 탐사 결과 발표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 4년 동안 지질자원연이 국내 12개 리튬 유망 광상(鑛床·ore deposit)을 조사·탐사한 결과를 이날 정리해서 발표한 것이다. 광상은 유용광물이 모여 있어 채굴 대상이 되는 지역을 말한다.

◇12개 지역서 탐사…“울진·단양 개발 잠재성 높아”

지질자원연 조사 결과, 경북 울진의 보암광상과 충북 단양의 광상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리튬 광체가 확인됐다. 리튬은 염분 농도가 높은 내륙 호수인 염호나 암석(페그마타이트), 화산 퇴적물에서 생산된다. 이 중 이번에 확인된 국내 리튬 광상은 암석형이다.

국내에 리튬 광상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다. 과거 일제 강점기에 일본 지질학자가 한반도에서 리튬 광상을 찾았다는 문헌이 있고, 1970~80년대에 국내 광상 개발이 활발할 때 리튬 광석을 확인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에는 리튬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리튬 광상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나 탐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국내 리튬 광상 분포도. 별표로 된 두 곳이 이번에 구체적인 리튬 품위를 확인한 울진과 단양 광상이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자원연은 리튬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2020년부터 국내 리튬 유망 광상에 대한 탐사에 나섰다.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부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 12개 지역을 추려서 야외지질조사, 지화학조사, 지구물리탐사, 3차원 지질 모델링 등 집중적인 조사를 수행했다. 이평구 지질자원연 원장은 “울진 보암광상은 과거 일제강점기에 리튬을 개발하기도 한 지역”이라며 “이번 탐사를 통해 기존에 알려진 보암광상 3개 광체 외에 새로운 광체도 찾았다”고 말했다.

울진 보암광상의 리튬 평균 품위는 2130ppm(0.213%)으로 나타났다. 품위는 광물에 포함된 특정 성분의 비율을 말한다. 기존에 알려진 3개 광체 외에 새로 찾아낸 광체만 놓고 보면 리튬 평균 품위가 0.3~1.5%로 높아진다. 단양 광상의 리튬 평균 품위는 0.1469%다.

리튬 생산이 진행 중인 해외 암석형 리튬 광상과 비교해 울진과 단양의 광상은 평균 품위가 낮은 편이다. 허철호 지질자원연 광물자원연구본부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암석형 리튬 광상인 호주 그린부쉬의 경우 평균 품위가 1.1% 수준”이라며 “실제 리튬을 생산하는 다른 광상들을 보면 0.4~1.0% 정도가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지질자원연은 “중국에서는 리튬 광산 개발을 위한 최저 품위 기준이 0.2%”라며 “광산 개발을 위한 선광·제련·소재화 기술이 계속 발전하는 것을 감안하면 울진과 단양 광상도 개발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평구 원장은 “적은 양이라도 국내에서 리튬을 확인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리튬의 글로벌 공급망이 최근 몇 년 동안 중요해졌는데, 국내에 매장된 리튬을 활용해 제련에서 소재화까지 연결하는 산업화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국내 리튬 유망 광상 탐사 결과 발표회에서 탐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

◇알고도 캘 수는 없는 ‘그림의 떡’

이번에 지질자원연이 발표한 두 곳의 리튬 광상 중 품위가 더 높은 울진 보암광상은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왕피리에 있다. 지표 조사를 통해 리튬 광상을 확인하면 그 다음 단계는 지하 300m까지 시추공을 뚫어서 실제 리튬 광체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매장량과 경제성을 따져봐야 한다. 현재 지질자원연은 지표면 조사까지만 한 상태다.

문제는 지역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곳이 국내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라는 점이다. 시추를 통한 매장량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평구 원장은 “시추를 추진했지만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단양 광상도 상황이 애매하다. 단양 광상은 미국의 광물 탐사 기업인 코볼드메탈스(KoBold Metals)와 손을 잡은 국내 중소기업이 광업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지질자원연과 별개로 단양 일대에서 리튬 탐사를 하고 있다. 지질자원연 관계자는 “과거 문헌에 단양 일대에 리튬이 있다는 걸 보고 기업 차원에서 탐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이 낀 민간 탐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지질자원연의 역할이 애매해진 것이다. 허 본부장은 “광업권을 가지고 있는 민간 기업과 협업을 해서 함께 탐사 시추를 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울진과 단양에서 실제 시추나 생산을 하지 못하더라도 4년 간 리튬 광상을 탐사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국내 다른 지역에서 리튬 광상을 계속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국내 리튬 자원 탐사는 그동안 해외에 의존했던 핵심광물 공급망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내에서 추가로 30곳 정도 리튬 광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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