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16. 여주시 미술관 아트뮤지엄 려

경기일보 2024. 7. 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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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위치한 여주시 미술관 '아트뮤지엄 려'는 지역작가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주민들에게 현대미술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여주시 직영미술관이다. 미술관 전경. 윤원규기자

 

‘여강’으로 불리는 남한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여주시는 아름다운 자연과 풍성한 문화유산으로 이름이 높다. 여주시 명품로 370 여주프리미엄아울렛 안에 자리한 ‘아트뮤지엄 려’는 여주시가 직영하는 공립미술관이다. 2019년 11월 개관한 여주시 미술관 아트뮤지엄 려는 짐작하듯 여강(驪江)과 관련이 깊다. 한글로 흘려 쓴 ‘려’라는 서체에서 신륵사를 품은 여강의 짙푸른 물줄기를 떠올린다. ‘려’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정신이 숨 쉬는 여주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붓으로 표현한 것이다. 평일인데도 아트뮤지엄 려를 찾는 관람객이 적지 않다.

“20여회의 공모 선정 작가 전시와 상·하반기에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지요. 전시와 연계한 창의 체험 교육프로그램과 음악회 같은 문화행사도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평균 두 번이나 되는 전시를 기획하려면 얼마나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할까? 교육을 담당하는 박소희씨의 안내 말에서도 아트뮤지엄 려의 역동성이 느껴진다. 예술과 관람객 간의 활발한 소통과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려는 관계자들의 의지와 노력이 고맙다. 7월 현재 아트뮤지엄 려는 어떤 전시로 관람객을 유혹할까?

현재 미술관에서는 민화의 사계(四季)’라는 주제로 여주민화협회 소속 회원 22명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 전경. 윤원규기자

■ 사계절 부는 민화의 바람

아트뮤지엄 려는 지난 7월5일 ‘제8회 여주민화협회·(사)한국민화협회 여주지회 회원전’을 열었다. “2016년 창립한 여주민화협회는 매년 정기 회원전을 진행하고 있지요.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민화의 사계(四季)’를 주제로 총 22명의 작가가 참여해 작품 50여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전통민화를 충실히 재현한 작품을 비롯해 민화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창작 민화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민화의 매력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언뜻 봐도 회원들의 역량이 만만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가들은 작품에 어떤 소망을 담았을까? 지금 한창 은은한 향기를 주위에 퍼뜨리고 있을 분홍빛 연꽃이 소담스럽다. 민화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경옥 작가의 작품 ‘춤추는 연꽃’이다. 다섯 봉우리와 해와 달이 그려진 서지원 작가의 ‘일월오봉도’ 앞에 선다. 짙푸른 소나무와 출렁이는 파도, 시원하게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수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작가의 마음이 읽힌다. 산과 바다에 누렇게 익은 벼 이삭이 가득하다. 여주의 특산품인 쌀을 연상시키는 안비경 작가의 ‘일월풍요도’는 관람객에게 빙긋 여유로운 웃음을 선사한다. 푸른 바탕에 한반도를 감싸고 있는 용의 자태가 늠름하다. 이경미 작가의 ‘운룡도3’를 보며 대한민국의 국운이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기원한다.

여주시 미술관 아트뮤지엄 려에서 전시중인 민화. 이외에도 다양한 민화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동양화를 전공한 전수진 학예실장의 친절한 해설을 들으며 전통에 더한 새로운 기법에 주목한다. 장민정 작가의 ‘큐알코드 책거리도’는 민화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전시실을 둘러보니 민화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까닭을 넉넉히 알 것 같다. “전시가 열리는 기간 전시 연계교육 ‘민화 우드 씨어터 만들기’를 통해 관람객들이 직접 민화를 만들고 그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민화를 경험할 기회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사계절이 지닌 아름다움과 민화의 매력을 새롭게 느끼고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트뮤지엄 려는 미술관의 문턱을 낮췄다. 다양한 기획과 실험을 통해 현대미술의 낯설고도 흥미로운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와 분야를 아우르는 통섭으로 현대미술의 여러 얼굴을 보여 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실무자의 말처럼 아트뮤지엄 려는 예술로 관람객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이를 위해 전시와 연계한 풍성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해 관람객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아트뮤지엄 려의 상반기 특별전은 ‘봄·채·비 展’이었다. 40년 넘게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선과 색’의 14명 작가와 여주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7명이 참여해 ‘보다’, ‘채우다’, ‘비우다’라는 의미를 담은 ‘봄·채·비 展’은 아트뮤지엄 려의 면모를 충실히 보여줬다. “아트뮤지엄 려는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예술의 통섭을 추구합니다. 최고의 전시기획을 통해 지역의 우수한 작가를 발굴 지원하고 체험 중심의 교육 기획을 통한 양질의 미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소묘, 사진 등 다양한 미술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소묘 교육을 받고 있는 수강생들. 윤원규기자

■ 몸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창작의 산실

2019년 11월15일 개관기념 특별전 ‘동(童). 동(動). 동(同)’을 시작으로 아트뮤지엄 려는 현재까지 폭 넓고 다양한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미술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2024 아트뮤지엄 려 아카데미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3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하는 ‘현대민화’는 늘 수강생이 몰리는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4월부터 시작해 12월까지 개인과 단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2024 융합예술 교육 ‘아트&뮤직 려’는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하는 대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전시관 맞은편에 있는 교육실로 향한다. 한창 교육 중이라 교육실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잠깐 엿본다. 밖에서도 수강생들의 열기가 느껴진다. 예술은 여전히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에서 벗어나 있는 무엇이다. 체험보다는 보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예술은 보는 것보다 체험하고 창작하는 것이 훨씬 즐겁다. 풍성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의 즐거움을 시민들에게 선사하는 것은 보람된 일이다. “전시 연계 체험 교육프로그램 ‘나의 작은 아뜰리에’는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참여자는 다양한 미술 재료를 다루며 미술작가가 돼 볼 수 있지요.” 2024년 상반기에 진행한 교육은 백드롭 페인팅, 수채화, 석고, 아크릴물감, 도자기, 민화 등 7개다. 성인 미술 강좌 ‘아카데미’는 1년의 긴 호흡으로 미술 이론 및 미술 실기를 배울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이다. “현대민화를 비롯해 소묘, DSLR사진, 수채화, 유화 총 다섯 강좌가 개설돼 있습니다. 30주 과정을 마치는 12월에는 수강생 작품으로 ‘아카데미 수강생 전시’를 엽니다.”

‘생각이 말랑말랑, 미술관 나들이’는 유아 대상 교육프로그램이다. 2024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으로 신설된 이 프로그램은 여주지역의 어린이집, 유치원이 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미술관 관람 예절과 미술관에 대해 입체적으로 배운다. 전시 감상을 도와주는 활동지와 미술 재료를 사용한 미술 체험도 진행한다. 어린 시절 미술관에서 경험한 체험은 소중하다. 미술관을 즐겁고 친숙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주시 미술관 아트뮤지엄 려에서 전시중인 민화. 이외에도 다양한 민화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 ‘공존’을 지향하며 문턱을 낮춘 미술관

아트뮤지엄 려는 지난 4월 여주시 신륵장애인보호작업장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장애인 대상 미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매주 목요일 신륵장애인보호작업장을 찾아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장애인들에게 문화예술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고 숨겨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여주시의 정책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전시와 음악을 함께 즐기는 ‘아트&뮤직 려’가 진행된다. 미술관의 작품과 클래식부터 가곡, 재즈, 탱고 등 매월 다양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흥겨운 시간이다. 아트뮤지엄 려에서 진행하는 모든 교육프로그램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여주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지역작가들이 교육 강사가 돼 교육 참여자를 만난다는 점이다. 시민에게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작가에게는 지역에서 활동하도록 지원하는 상생의 문화가 아름답다.

“문턱이 낮은 미술관을 지향하는 아트뮤지엄 려는 ‘공존’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생각합니다. 우리 미술관을 찾으면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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