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미 함정 유지보수 시장 진출 길 열렸다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 체결
연 20조원 규모 MRO 사업 참여 자격 획득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4년 말 해군에 인도 예정인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III Batch-II) 1번함 \'정조대왕함\'의 시운전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국내 업체 가운데 처음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간 20조원 규모의 미국 함정 유지보수(MRO)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함정 유지보수 사업은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에이치디현대중공업은 이번 협약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 지원함과 미 해군이 운용하는 전투함에 대한 유지보수 사업 입찰 자격을 확보하게 됐다. 함정정비협약은 미국 정부가 민간 조선소와 맺는 협약으로, 미국이 운용하는 함정의 유지보수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를 체결해야 한다. 지난해 5월 협약 체결을 신청한 이후 올해 시설 및 품질 실사, 보안 및 재무 실사까지 마쳤다.

미국은 중국에 맞서 해군 전력 강화에 나서며 일본·한국 등 동맹국 조선소에 군함 유지보수를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군함을 새로 건조하는 것만 해도 미국 조선소 설비가 부족한 형편이어서 외부로 눈을 돌린 것이다. 앞서 미 해군성 카를로스 델 토로 장관은 지난 2월 에이치디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보고서를 통해 “미 해군 군함은 본토에서 유지보수를 해야 하지만 전진배치된 함정들은 본토로 복귀하지 않고, 모항이나 작전지역 인근에 있는 함정정비협약 자격을 갖춘 조선소에서 유지보수하면 된다”며 “국내 조선소들은 제7함대와 본 함대 함정 유지보수 시장에 모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1억달러(약 1380억원)에 사들였다. 국내 기업으로선 첫 미국 조선소 인수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