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 당긴 홍명보, 대표팀 '두 번째 실패'시 더 이상 '즐축' 없을지도[초점]

김성수 기자 2024. 7. 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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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제의를 수락한 배경을 말했다. 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울산에서 행복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도전하고 싶다는 홍 감독. 10년만의 재도전마저 실패로 끝난다면 지도자 커리어에서 더 이상의 '즐축(즐거운 축구)'은 없을지도 모른다.

ⓒ프로축구연맹

울산은 10일 오후 7시30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광주FC와의 홈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이날 경기에서의 화두는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밝힐 지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8일 서울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내정에 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후 홍 감독의 대표팀 정식 감독 선임이 발표됐다.

경기 전 만난 홍명보 감독은 울산을 언제까지 지휘하는지에 "모르겠다. 구단과 상의해봐야 할 것"이라며 오는 주말 FC서울전까지는 울산을 이끄냐는 물음에 "그러고 싶지만 마음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언제까지 오라는 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서는 "곧 경기가 시작되니, 경기 후에 심경을 말씀드리는 게 좋을 듯하다"고 밝혔다.

경기 후 마침내 다가온 기자회견. 홍 감독은 울산을 떠나지 않을 듯하다 심경을 바꾼 것에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였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10년이 흘렀다. 울산에서 3년 반 동안 좋은 시간도 보냈다. 10년 전 국가대표 감독 홍명보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2월부터 국대 감독에 이름이 오르는데 정말 괴로웠고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지난 5일 이임생 이사가 집으로 찾아와 2시간을 기다렸다. 그날 처음 만난 자리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기술철학을 얘기했다. 협회가 6월에 철학을 발표할 당시 이미 내용을 알고 있었다. 협회서 행정 일을 할 때도 A대표와 연령별 대표의 연계에 관심이 있었다. 행정에는 한계가 있고, 실행은 현장에서 하는 것이다. A대표팀 감독이 실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이사의 철학 얘기를 듣고 해당 부분은 동의했지만 바로 결정하지 않고 밤새 고민했다. 솔직히 불확실성을 가진 것에 도전하는 것이 두려웠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니 결과적으로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왔다. 두려움,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등이었다. 10년 전 실패를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도전하고 싶다는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강한 대표팀을 만들어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프로축구연맹

홍 감독은 또한 "10년 만에 울산에서 간신히 재밌는 축구를 하고 선수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표팀을 하려면 나 자신을 지키지 않고 버려야 했다. 이제 '홍명보'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만 남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 브라질 월드컵은 홍 감독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홍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기성용, 구자철, 지동원 등 황금 세대를 이끌고 동메달을 따내며 주가를 올렸지만, 2013년 A대표팀에 부임해 이듬해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무승(1무2패)으로 탈락했다. 월드컵까지 1년도 되지 않는 준비 기간에도 분투했지만 결국 부진하며 수많은 비판을 받았고, 홍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 역시 한풀 꺾였다.

반면 울산에서는 팀에 17년 만의 리그 우승을 안기고 2년 연속 챔피언에도 올랐다. 여기에 홍 감독을 언제나 지지해주는 울산 팬들이 있고, 대표팀과 달리 선수들과 매일 호흡할 수 있기에 행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대표팀을 선택하며 나 자신을 버려야했다던 홍 감독. 물론 2026 북중미 월드컵과 2027 사우디 아시안컵서 모두 좋은 결과를 낸다면 이후 커리어는 탄탄대로일 것이며, 지도자로 가든 행정으로 가든 많은 지지를 얻으며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심지어 10년 전과는 달리 K리그 우승까지 할 정도로 경력을 쌓은 베테랑 감독이 됐기에, 대표팀서 두 번째 실패의 후폭풍은 더 셀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클럽팀으로 돌아와 울산에서 했던 '행복 축구'를 다시 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프로축구연맹

어쨌든 홍 감독은 주사위를 던졌다. 축구의 즐거움을 내려놓고 대표팀의 매진할 그의 결말은 어떤 모습일까.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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