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차선 바꿔 방향 전환 준비…집값 촉발은 안할 것"(종합)

남주현 기자 2024. 7. 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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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2회 연속 3.5%로 동결
통방문구에 '인하시기 검토' 추가
물가 둔화세에 금리 인하 환경 평가
집값·가계부채 촉발 정책 실시 안해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7.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12회 연속으로 최장기간 묶으면서도 물가 둔화세에 향후 기준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꿈틀거리는 집값과 가계부채 반등은 금리 인하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결정하면서 "차선을 바꾸고 방향 전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최근 물가 하락세에 금리 인하 환경이 마련됐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로 묶었다. 금통위는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2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결정문(통방문)을 통해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의 지속 여부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고 외환시장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통방문에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둔 문구가 추가됐다. 이 총재는 "어느 나라에 비해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매우 많은 성과를 거뒀다"면서 "물가 안정만을 맡고 본다면 이제는 금리를 인하를 논의할 공기가 조성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 2월 금통위부터 1명이던 3개월 후 인하 전망이 2명으로 늘었다. 금통위는 한국판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을 내놓는다. 지난 2월에 3개월 후 인하 전망이 등장한 이후 이번이 4번째 등장이다.

이 총재는 "4명은 인플레이션의 진정에도 금리 인하가 외환시장과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에 미치는 영향을 더 확인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인 반면 2명은 본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봤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일 기준금리를 현재 연 3.5%로 동결했다. 고환율과 부동산 반등 조짐, 주택담보대출 고공행진 등에 긴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이 총재는 간담회 내내 물가 안정세에 금리 인하 환경이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봤다. 섣부른 금리 인하가 부동산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펼치겠다고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물가 상승률을 보면 통화긴축 기조 지속의 영향에 둔화 추세가 이어지는 등 의미있는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진단대로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은 지난 월 2.4%로 석달 연속 2%대로 내려왔다.

이 총재는 또 "5월에는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금리 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였다"면서 "현 상황은 물가 상승 안정에 진전이 있는 만큼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금리 인하 환경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유지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고통받는 국민들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2.4% 정도까지 낮아지는 그런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7.11. yesphoto@newsis.com


다만 시장의 높아진 금리 인하 기대는 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물가 그리고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러한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실제 현재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 3.5%를 하회한다. 지난 9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114%로 전일대비 0.5bp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5년물 금리는 3.132%, 10년물과 20년물, 30년물 금리는 각각 3.191%, 3.169%, 3.105%로 모두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상태다.

3개월 후 인하 의견이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많아진 점에 대해서는 "포워드 가이던스는 현시점에서 봤을 때 3개월 동안 3.5%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며 "8~9월 데이터 나오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가계부채나 주담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5월보다 (가계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졌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주택 가격에 직접적인 조절을 할 수는 없더라도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던지 혹은 금리 인하의 시점에 대해서 잘못된 시그널로 기대를 너무 크게 해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게 금통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 안정에 대한 고려가 커졌고, 수도권 주택 가격이 가계부채 증가 유인으로 이어지듯이 가계 부채 수준을 중장기적으로 낮춰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앞으로도 정부와의 정책 공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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