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덤 대회인 척 '판돈 380억' 규모 도박장 운영한 일당 200명 검거

현금·칩 대신 참가권 판매해 베팅
호텔 돌며 47회 개최, 5만 명 참가

배은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팀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홀덤 대회를 가장해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을 검거한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 호텔을 돌며 카드 게임인 홀덤 대회를 가장한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 200여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11일 대형 홀덤 대회를 개최한 대회사 대표인 40대 남성 김모씨와 공범인 직원 11명을 도박장소 개설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드권(참가권)을 매수 및 유통한 홀덤 펍 업주와 딜러 등 204명도 도박장소 개설 방조 혐의로 불구속 체포했다. 경찰은 앞서 구속된 김씨를 포함한 주범 3명은 6월 초 송치했고, 나머지 일당들도 12일 검찰로 넘길 예정이다.

김씨 등은 참가자들이 직접 베팅하는 대신 사전에 구입한 10만 원 안팎의 시드권으로 베팅하는 방식으로 홀덤 대회를 진행했다. 도박장에서 현금을 걸거나, 칩으로 교환하는 것을 피해 법망을 빠져나가려 한 것이다.

2022년 1월부터 2년간 서울, 인천, 경기 소재 호텔 등에서 열린 대회만 47회, 참가자 규모는 약 5만 명에 이른다. 걸린 판돈도 총 380억 원에 달하는데, 이 중 80%를 상금, 나머지 20%를 대회사 수익으로 산정했다. 실례로 2023년 6월 대회에서는 시드권 50장(약 500만 원)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참가자 206명을 모았고, 판돈 10억3,000만 원 중 8억2,400만 원을 참가자 24명에게 차등 지급했다. 경찰은 대회사 운영수익 46억 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 보전한 상태다.

시드권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현금으로 거래됐고, 대회사와 제휴 및 가맹 계약을 맺은 홀덤 펍에서는 현금처럼 쓸 수도 있었다. 이 홀덤 펍들은 참가비 5~10만 원 상당의 자체 홀덤 게임을 열어 승자에게 시드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시드권을 유통했다. 이런 수법을 쓰다 검거된 홀덤 펍 업주만 62명이다.

대회사가 홀덤펍과 오픈채팅방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드권을 유통, 판매해 간접적으로 베팅하는 방식을 설명한 구조도. 서울경찰청 제공

대회사는 유튜브 등 채널을 통해 '재물을 거는 행위가 없어 불법 도박과는 다르다' '홀덤의 스포츠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거나, 대형 호텔에서 공개적으로 개최된다는 점을 강조해 합법인 것처럼 홍보하며 참가자를 모았다. 그러나 현금이 아니라 재산적 가치가 있는 시드권 등을 제출, 홀덤 게임에 참여해 상금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도박에 해당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간접 베팅을 구속한 최초 사례"라며 "시드권 등을 이용한 불법 도박장 운영 범죄에 대한 수사를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