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시장 너무 앞서나갔다"…집값 상승세에 '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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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해 "너무 앞서나갔다"고 평가하며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통방)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대다수 금통위원은 현재 당면한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해볼 때 지금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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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 바꾸고 방향 전환 준비…환율·가계부채 등 위험 요인은 많아"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해 "너무 앞서나갔다"고 평가하며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도 큰 폭으로 늘어나자, 이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통방)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대다수 금통위원은 현재 당면한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해볼 때 지금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유입한다거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에 금통위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면서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금리인하 '깜빡이'를 켰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인하 시점과 관련해서는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아 불확실한 상황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시장이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 금통위원과 이 문제를 논의해봤다. 장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폭 하락한 것에, 한은이 금리를 곧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 됐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다수 금통위원은 현재 당면한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해볼 때 지금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고, 특히 이런 기대를 선반영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최근 가계대출 증가 폭이 확대되는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 한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모두 가계부채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늘어나지 않도록 해서, GDP 대비 비율로는 하향 안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가계부채를 통화정책만으로는 관리할 수 없다. 정부와의 정책 공조, 특히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를 통해 앞으로 이 문제를 계속 점검해 나갈 것이다.
--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주택담보대출을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 금통위원들은 어떻게 판단하나.
▲ 지난 5월보다는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난 6, 7월 오르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져서 유심히 보고 있고,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한은이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을 조절할 수는 없지만, 수도권 주택가격이 가계부채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미하다. 또 저희는 가계부채 수준을 중장기적으로 낮춰가는 것이 중요한 정책 목표라는 점에서 유의해야 할 시점이 맞는다고 보고 있고, 그래서 앞으로도 정부와의 정책 공조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린다.
저희는 시장이 조금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 그로 인해 주택가격 상승 기대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해서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금통위원들과 논의해봤는데, 저희가 주택 가격을 직접적으로 조절할 수는 없더라도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유입한다거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에 금통위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
--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달 2.4%까지 내렸는데, 물가상승률 둔화에 대한 확신이 지난 통방보다 강해졌나. 이제는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켤 시기가 됐다고 보는지도 궁금하다.
▲ 물가상승률이 안정 추세를 보이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고, 예상했던 바와 부합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5월에는 아직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금리 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현 상황은 물가 상승률 안정 추세에 많은 진전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언제 방향 전환을 할지에 관해서는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아 불확실한 상황이고, 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 금통위원들의 3개월 시계 기준금리 전망은.
▲ 3개월 내 기준금리 수준과 관련해,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 분 중 네 분은 3개월 후에도 3.50%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고, 두 분은 3.50%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네 분은 인플레이션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외환시장,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을 통해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하고 확인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주셨다. 나머지 두 분은 기본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외환시장 동향과 가계부채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검토하겠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해당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게 된 의미는.
▲ 지난 5월에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켠 것이냐고 했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률이 내려가는 추세에 대해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물가상승률을 우선 보겠다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물가만 보면, 우리 예상대로 (둔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고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국민이 고통받고 있지만 그 덕분에 물가 안정이 됐기 때문에, 이제는 금리 인하를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한 것이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나.
▲ 미국 정책 결정이 외환시장, 환율에 주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고려사항이기는 하다. 그러나 가계부채, 수도권 부동산 가격 등 국내 금융 안정에 대한 고려도 그에 못지않은 고려 사항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시기를 결정할 것이다.
-- 기준금리를 장기간 동결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도 커지는 듯한데, 이에 대한 총재의 의견은.
▲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고통받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이 지금 2.4%까지 낮아지는 성과를 얻은 것은 통화정책이 기여한 바도 크다고 생각한다.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고금리 정책이 유지되면 피해를 보는 정도는 다 다르다. 금리 정책으로 환율이 변하면 수출업자와 수입업자가 느끼는 게 다르고,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는 어렵지만 이자를 받는 연금 수혜자는 혜택을 보기도 한다. 경제 성장, 금융 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물가안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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