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600원 부르더니 몇시간 만에 1만1200원...최저임금 勞가 노린 ‘앵커링효과’ [필동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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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의 최저임금 제안에 '협상용 꼼수'가 엿보인다.
9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8% 올린 1만2600원으로 정하자고 하더니, 겨우 몇 시간 만에 1만1200원으로 낮추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애초 제안이 진심이라면 1만2600원은 돼야 그 같은 보장이 가능하다고 노동계는 믿었다는 뜻인데, 어떻게 금세 1400원이나 낮출 수가 있는지 납득이 안된다.
노동계는 1만2600원이 그 같은 앵커가 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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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제안이 진심이라면 1만2600원은 돼야 그 같은 보장이 가능하다고 노동계는 믿었다는 뜻인데, 어떻게 금세 1400원이나 낮출 수가 있는지 납득이 안된다. 결국 애초 주장이 과도하다는 것을 노동계도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1만 2600원은 경영계를 현혹하기 위한 협상용일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노동계는 이른바 ‘앵커링 효과’를 노린 게 아닌가 싶다. 앵커는 배 위치를 고정할 목적으로 바닥에 박는 갈고리 모양의 기구다. 배는 앵커를 박은 곳 주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 두뇌도 어떤 수치가 제시되면, 그 수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편향이 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실험은 이를 입증한다. 참가자들에게 숫자 돌림판을 돌리게 했는데, 숫자 10 또는 65에서 돌림판이 서도록 미리 조작을 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유엔에서 아프리카 국가 비율을 추측해보라고 했다. 놀랍게도 10을 본 참가자는 평균 25%로, 65를 본 참가자는 평균 45%로 추측했다. 처음 제시된 돌림판 숫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 숫자가 앵커 역할을 한 것이다.
노동계는 1만2600원이 그 같은 앵커가 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 수가 통했다면 1만1200원은 노동계가 크게 양보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계가 속지 않았다. 해마다 최저임금 협상을 하며 산전수전을 겪었는데 그럴 리 있겠는가. 처음에는 최저임금을 동결하자고 했고, 나중에는 ‘10원 인상’은 가능하다고 했다. 협상에는 꼼수보다 진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노동계가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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