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곡식의 신에게 올리는 ‘사직제례악’ 116년 만에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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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에서 흔히 접하는 용어가 '종묘'와 '사직'이다.
선대 왕들을 제사하는 곳이 종묘라면, 땅의 신인 사(社), 곡식의 신인 직(稷)에게 제사하는 곳이 사직이다.
종묘가 조선왕조의 정신적 기둥이었다면, 사직은 경제적 주춧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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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올해의 대표 공연’ 선정
사극에서 흔히 접하는 용어가 ‘종묘’와 ‘사직’이다. 선대 왕들을 제사하는 곳이 종묘라면, 땅의 신인 사(社), 곡식의 신인 직(稷)에게 제사하는 곳이 사직이다. 종묘제례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됐고, 여기에 사용하는 춤과 노래, 연주인 종묘제례악도 고증과 복원이 이뤄졌다. 반면, 사직제례는 1908년 일제가 강압으로 폐지했고, 1922년엔 사직단마저 공원으로 바뀌면서 80년 동안 맥이 끊겼다. 1988년에야 전주이씨대동종약원(현 사직대제보존회)가 사직대제를 복원했지만, 그 의식에 쓰던 악가무(樂歌舞)는 여전히 잊힌 상태였다.
국립국악원이 사직제례악을 복원해 ‘올해의 대표 공연’으로 11·12일 무대에 선보인다. 이에 앞서 10일 언론 시연회를 열었다. 고종 시대의 예법을 기록한 대한예전(1898)에 근거해 왕이 아니라 황제의 의례를 따른다. 왕보다 황제의 의관이 훨씬 화려하고 장식적이다. 면류관도 황제는 12줄에 12개의 구슬인데, 왕은 9줄에 9개 구슬이다. 종묘가 조선왕조의 정신적 기둥이었다면, 사직은 경제적 주춧돌이었다. 이대영 교수는 “현대적 관점으로 보면 국민의 안녕과 행복, 풍요를 기원하는 사직이 종묘보다 더 의미 있다”고 했다.
객석의 관객은 황제의 제사를 받는 신의 시선으로 공연을 보게 된다. 공연 시간은 1시간 30분. 신을 맞이해 술과 음식을 올리고, 신을 보낸 뒤 제사에 쓰인 물품을 태우기까지 모두 10종의 제례가 진행됐다. 음악은 극히 단순한 선율이 주술적으로 끝없이 반복됐다. 국립국악원 연구실장 시절 사직제례악 복원을 주도했던 송지원 음악학자는 “조옮김을 하면서 선율 하나를 반복해 쓰기 때문에 단순하지만 오히려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낸다”고 했다. 연출을 맡은 이대영 중앙대 예술대학원장은 “제례악은 대체로 형식이 단순하다”며 “신에게 올리는 소리와 파장이 단조롭게 반복되는데 그래야 더 멀리 전달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가 ‘악학궤범’(1493)을 토대로 국가무형유산 기능 보유자들과 복원한 화(和), 우(竽), 관(管) 등 전통악기도 새로 선보인다. 화와 우는 화음을 내는 생황 계열의 관악기이고, 관은 단소와 비슷하다. 타악기인 특종(特鐘)과 특경(特磬)도 추가로 편성했다. 120여 명의 장악단원·무용단원이 참여하고 엘이디(LED) 영상스크린을 설치해 실제 제사 지내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방이 터진 사직단 제사에 예악이라 공연장 무대로 옮기기엔 한계도 있다. 이대영 교수는 “관객과 연주자가 마주 보고 있는 서양식 극장에서 우리 전통 가무악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사직단에서 공연하게 되면 시민이 직접 제사에 참여하는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회 국립국악원 정악단 예술감독은 “사직대제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지만 사직제례악은 아직 그러질 못하고 있다”며 “우선 사직제례악의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목표로 하고, 나아가 종묘제례악처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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