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베릴에 美 텍사스 정전가구 폭염 '비상'…LNG 등 생산 차질

양지윤 2024. 7. 1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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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릴 강타 사흘째 120만가구 여전히 정전
병원 병상 포화…가정서 일산화탄소 중독도 잇따라
주말까지 폭염 기승…추가 인명 피해 우려
LNG·석유화학 공장 일부도 차질
"美 경제 손실 최대 44조원"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강력한 비바람을 동반한 허리케인 ‘베릴’이 휩쓸고간 미국 텍사스주에 사흘째 정전 사태가 지속하며 피해 복구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허리케인이 물러가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약 100만 가구 이상은 며칠째 단전 상태로 버티고 있어 인명 피해를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화학 공장도 재가동이 지연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는 등 텍사스 일대가 허리케인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8일 미국 텍사스주 서프사이드 비치에서 한 주민이 허리케인 베릴의 여파로 발생한 잔해 위를 걷고 있다.(사진=로이터)
120만가구 여전히 ‘정전’…폭염에 추가 인명 피해 우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N에 따르면 지난 8일 베릴이 강타하며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던 텍사스주는 전력 복구 작업이 늦어지며 이날 기준 120만가구와 회사가 전기가 끊긴 채로 생활하고 있다.

텍사스 최대 전력 공급업체인 센터포인트 관계자는 “오늘(10일) 밤까지 100만가구에게 서비스를 복구할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전력 공급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며칠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정전 상황이 수일째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에선 병원들이 아픈 환자를 전력 공급이 끊긴 집으로 돌려보내지 못해 병상 포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응급 구조대로 신고하는 주민들의 통화량도 평소보다 3배나 폭증했다.

사무엘 페냐 휴스턴 소방서장은 “지난 24시간 동안 일산화탄소 중독 신고가 200건 이상 접수됐다”고 밝혔다. 전자 기기 충전을 위해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등 발전기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가정이 늘어난 탓이다. 무더위로 인한 응급 상황이 증가한 것도 구조 요청 연락이 급증한 배경이 되고 있다.

댄 패트릭 텍사스 부지사는 “더운 날씨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평소 먹던 음식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상태”라고 피해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베릴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에서 최소 11명으로 파악된다. 휴스턴에선 정전으로 인한 발전기 사용으로 2명이 숨졌다. 폭염은 이번 주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더위 관련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장시간 더위에 노출되면 냉방 장치가 없는 이들에게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야외에서 허리케인 잔해나 기반 시설을 치우기 위해 일하는 텍사스 주민들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일 미국 텍사스주 서프사이드 비치에서 식당 직원들이 허리케인 베릴의 여파로 밀려난 테이블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LNG·석유화학 공장 일부도 생산 차질

산업 현장에서도 정전 사태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센터포인트의 정전 지도에 따르면 정전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에너지 허브인 프리포트와 텍사스 시티로 항만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 지역은 대규모 원유 저장시설과 LNG 수출시설이 밀집해 있다. 정유 공장과 해양 시추시설은 제한적인 피해를 입으며 대부분 정상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액화천연가스 터미널인 프리포트LNG는 11일(현지시간)까지 전력을 복구할 계획이지만, 항만 복구가 완료되지 않아 당장 수출 재개는 어려운 상황이다.

프리포트 LNG 관계자는 “허리케인 피해 조사가 완료되고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액상화 시설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기업 올린(Olin)은 프리포트에 위치한 생산 시설이 피해를 입어 방향족(스티로폼·우레탄 등의 소재)과 일부 석유화학 제품 공급 중단하는 ‘불가항력 선언’을 했다. 불가항력 선언은 기업 간 무역 거래에서 전쟁이나 자연재해, 전염병 등 예기치 못한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 계약 이행 의무를 피할 수 있는 조치를 의미한다.

베릴 관련 피해액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재보험 중개업체 갤러거리는 베릴로 인한 미국의 경제적 손실이 최소 10억달러(약 1조3780억원)로 추정했고, 일기예보 업체 아큐웨더는 최대 320억달러(약 44조1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나흘 만에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69달러(0.85%) 오른 82.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원유재고가 급감했다는 소식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베릴 영향으로 정유 설비 가동이 일시 중단되면서 석유 제품 재고가 줄어들자 석유 수요 증가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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