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가 찾은 뺑소니범…"눈 뜨니 풀숲이었다" 황당 진술

▲ 10일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 인근 5·16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퇴근 시간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간 도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 차량 4대를 들이받고 도주한 40대 운전자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혐의로 40대 남성 A 씨를 오늘(11일)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전날 오후 6시 39분쯤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 인근 5·16 도로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쏘나타 승용차량을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승용차 3대를 잇달아 들이받았습니다.

사고가 나자 잠시 멈췄던 A 씨는 이내 파손된 차를 몰고 달아나다가 또다시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간선버스와 충돌했습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등 3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한때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졌습니다.

두 번째 사고를 내고 하차한 A 씨는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경찰과 소방 당국이 출동하기 전 차량을 놔둔 채 인근 수풀 속으로 달아났습니다.

그는 11일 오전 8시 20분쯤 사고 현장에서 약 13㎞ 떨어진 제주시 양지공원 인근 도로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사고 당시 가해 차량 뒤에서 운전했던 신고자는 사고 직후 A 씨가 차에서 내려 담배를 피우며 풀숲에 앉아있던 모습을 기억하고 출근 중 한라생태숲에서 제주시 방면 도로를 걷고 있던 A 씨를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무면허로 지인 차를 몰다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는 경찰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않았다"며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고 아침에 눈 떠보니 풀숲에 누워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긴급체포 직후 진행한 음주 측정에서 A 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로 나왔습니다.

A 씨는 신체에 안전띠로 인한 상흔이 남아있을 정도로 사고 당시 충격을 받았으며, 현재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혈액 채취를 통한 음주 여부와 마약 등 약물 투약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으로, 피의자를 상대로 중앙선 침범 이유 등 자세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진=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