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대신 걸려 ‘짐’ 된 해초… 펴서 말리니 ‘금’ 같은 김으로[권대영의 K푸드 인문학]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김밥 김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한 바 있다.
'김'은 소위 바다에서 나는 '풀'이라고 말하는 해조류로 미역, 다시마, 우뭇가사리, 파래 등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이다.
삼국시대의 기록인 '삼국지위지동이전'과 '본초습유' 기록에 이미 바닷속으로 들어가 해조류를 떼어낸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우리 민족은 김이나 미역 등 해조류를 많이 뜯어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논이나 밭에 잡풀이 많듯이, 바닷가에서도 고기는 잡히지 않고 배나 어망에 바닷풀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풀을 ‘김’이라고 했다. 정말 하찮은 존재다. ‘ㄱ’의 구개음화가 많이 진행된 남부지방에서는 일부 ‘짐’이라고 불렀다. 어쨌든 농부들이나 어부들은 걸리적거리는 김을 없애야 했다. 이를 논밭에서는 ‘김을 맨다’라고 하고 바다에서는 ‘김을 뗀다’, ‘맨다’고 하였다. ‘김’의 이름은 이 순우리말 ‘김’에서 왔다.
이러한 김은 반찬으로 매우 훌륭하였다. 물론 처음에는 김을 건져서 바로 무쳐 반찬(김자반)으로 먹었겠지만, 김을 건지거나 뜯어 돌에 던져 넓적하게 펴서 말리면, 김에는 여러 다당류 물질이 있기에 매우 부드럽고 끊어지지 않은 훌륭한 쌈종이가 된다는 걸 곧 알게 됐다. 여수 앞바다 금오도에는 오래전부터 김을 말렸다는 넓적한 바위가 있다. 우리 같이 밥과 반찬을 싸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문화가 발달한 민족에게 김은 매우 훌륭한 쌈 재료이다. 중국의 밀가루로 만든 만두 종이, 베트남의 쌀로 만든 쌀 종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쌈 문화’가 발전하여 ‘말이 문화’인 K-푸드 김밥이 탄생한 것이다. 일본은 김을 쌈 재료로 먹는 것보다, 밥이나 스시에 얹어 먹는 문화다. 그런 두꺼운 김을 써서는 김밥 문화가 탄생할 수 없다. 이제는 정말 김이 금(金)이 된 것이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野는 탄핵 조준하는데…與 브레이크 없는 ‘자폭 전대’
- [단독]고려대 의대 교수들 “휴진 대신 진료 재조정”
- “오지마, 너 죽어” 목만 내놓고 버티던 노모…아들이 급류 뚫고 구했다
- [단독]이숙연 대법관 후보자 남편, 복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
- 野 “해병대 사령관이 언제부터 VIP였냐” 與 “또 아니면 말고식 공세”
- 내년 최저임금 勞 “1만1000원” Vs 使 “9920원”…3차 수정안에도 간극 여전
- 음식 섭취 후 갑작스러운 메스꺼움과 구토를 느꼈다.
- ‘광화문 100m 태극기’ 논란에… “시민 의견 수렴”
- 金여사 측 “쇼핑백 안에 선물? 보고 관련 자료”…문자 공개
- 조국 “가발은 죄 아니다” SNS 빛삭…‘한동훈 합성사진’에 낚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