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포커스] "나를 버렸다"는 홍명보…그럼, 울산과 팬을 버린 건 괜찮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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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울산 HD 서포터스(처용전사)석에는 '런명보', '피노키홍', '명청한 행보' 등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 내정된 홍명보 감독을 비난하는 시위 현수막이 걸렸다.
홍 감독은 지난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8강으로 이끌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지도자로 승승장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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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N뉴스] 이상완 기자 = '처용을 믿고 뛰어 우린 떠나지 않아'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울산 HD 서포터스(처용전사)석에는 '런명보', '피노키홍', '명청한 행보' 등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 내정된 홍명보 감독을 비난하는 시위 현수막이 걸렸다.
그 중 '처용을 믿고 뛰어 우린 떠나지 않아'라고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눈길을 모았다. 지난주 까지도 구단과 팬들에게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없다고 밝혔던 홍 감독이 180도 태도를 바꿔 시즌 도중 떠나는 행태를 비꼬은 것이다.
지난 7일 대한축구협회(KFA)가 내정 소식을 발표한 이후 입을 열지 않았던 홍 감독은 논란 4일 만에 심경을 밝혔다.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가 밝힌 신임 감독 내정 배경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는 의문점이 컸고, 납득할 수 있는 사유가 충분하지 않았기에 홍 감독의 입장이 절대적으로 궁금했다.
홍 감독은 울산 팬들에게 거듭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과 함께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홍 감독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다. 그때가 끝나고 굉장히 힘들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도 가고 싶지 않았다"며 "지난 2월부터 내 이름이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전력강화위, 축구협회, 언론에 거론돼 굉장히 괴로웠다.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고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라고 최근까지 반대 입장이 공고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협회 발표 직전이었던 5일 수원FC전에서도 확고했던 입장이 바꾼 계기 배경은 무엇일까.
홍 감독은 "내 축구 인생 마지막 도전이 될 거란 생각도 했다. 예전에 실패했던 과정과 이후 일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지만 반대로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새 팀을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표팀을 하지 않는다고 한 건 나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라며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팬들에게 가지 않겠다고 했던 마음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축구는 지난해 초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부임 이후 각종 논란과 연장선으로 올해 초 끝난 '2023 아시안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 탈락, 그리고 선수 간 내분 갈등,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협회 행정 미숙 등 여러 곳에서 고초를 겪고 있다.
선수로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 등 '레전드'로 불리었고, 협회 전무이사를 역임하며 행정가로도 활동했던 홍 감독의 입장에서는 위기 속에 빠져있는 한국 축구가 누구보다 마음 아파했을 터이다.
홍 감독은 지난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8강으로 이끌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지도자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실력 등 상관없이 일명 '런던 세대'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하면서 '으리 축구'라는 논란을 일으켜 신뢰도를 잃었다. 여러 논란 끝에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조별리그 1무 2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됐다. 특히 월드컵 직전에 토지 등을 매입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난 강도는 겁잡을 수 없이 커졌고 급기야 '땅명보'라는 불명예 별명까지 얻었다.
홍 감독은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 듯 거창한 말로 마지막 불꽃 투혼을 예고했으나 10년 전 대표팀 감독 시절 때 떨어진 명예를 되찾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자 승낙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나를 버렸다"고는 했으나 홍 감독이 버린 건 사실상 '울산과 팬'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STN뉴스=이상완 기자
bolante0207@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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