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發 정산금 미지급 사태… 인당 최대 27억원 피해 호소 속출
선불충전권 상품권 선주문 할인 판매... 운영 자금 마련 의혹
티몬은 작년 감사보고서 제출도 안 해... 재무상태 불안정 의미
사측 “전산 통합 과정서 생긴 문제... 감사보고서는 주주 간 협의로 지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Qoo10)이 입점 판매자(셀러)들에게 대금을 정산해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큐텐이 인수한 위메프·티몬·위시플러스 등의 입점 셀러들에게도 판매 대금을 정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플랫폼은 최근 상품권 특가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티몬의 경우 4월 마감인 감사보고서도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는 것은 재무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업계에선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 등 이커머스 플랫폼을 대거 인수하며 사세를 확대한 큐텐이 인수사의 실적 부진과 재무상태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 “27억원 못 받았어요” 판매 대금 미지급 피해 속출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큐텐·위메프·티몬 등에 입점한 판매업체를 중심으로 판매 대금이 정산되지 않고 있다. 국내외 판매업자 82만 명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큐텐·위메프·티몬 판매 대금 미정산 피해 상황을 적은 글이 수십 개가 올라왔다.
현재 정산금 미지급 피해자는 상당 수로 추정된다. 적게는 1200만원에서 많게는 27억원대까지 정산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큐텐 글로벌에 입점해 미국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A씨는 지난 3월 이후 판매 대금이 밀려 8만 달러(1억1000만원)가량을 정산받지 못했다. 회사에 문의했지만 ‘해당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라는 이메일 답변만 받았다. 역직구 플랫폼인 큐텐 글로벌은 판매 대금을 달러로 준다.
A씨는 앞서 2월까지도 판매 대금 9만 달러(1억2000만원)를 받지 못하다가 지난 5월 큐텐에 내용증명을 보내 정산금 지급 소송 끝에 대금을 받아냈다.
또 다른 판매자 B씨가 정산받지 못한 판매 대금은 200만 달러(27억7000만원)다. B씨는 큐텐 법무팀을 만나 정산금 미지급 소송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당시 큐텐 측은 B씨에게 “현재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판매 대금 정산을 기약할 수 없다”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자 C씨의 미정산 판매 대금은 11억원이다. C와 거래하는 중국 파트너사는 현재 중국 큐텐 법인을 대상으로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다.
위메프의 상황도 비슷하다. 위메프 셀러 D씨는 5월 판매 대금 중 절반만 정산받았다. 원래 D씨가 받아야 하는 금액은 1억원이다. 티몬에서도 정산 지연이 발생했다. 티몬 판매자 E씨는 지난 8일 정산 예정이었던 7억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티몬 관계자는 “티몬의 정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했다.
큐텐 측은 “문제가 되는 사안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 의도적으로 대금을 정산하지 않은 건 아니다”라며 “사안을 모두 해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그간 정산 정책을 바꾼 영향도 있고, 싱가포르에서 환전해 판매 대금을 다시 원화나 달러로 정산하는 등 시스템이 복잡한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큐텐은 지난해 5월부터 일주일마다 진행하던 정산 시스템을 한 달에 한 번으로 바꾸면서 정산금 지급 지연이 발생한 바 있다.
위메프의 경우 큐텐과의 전산 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라는 설명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정산 시스템 장애로 인해 일부 셀러들의 정산 집계에 오류가 발생했다”면서 “조치가 완료되는 내일(12일)까지 전체 정산을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 상품권 팔아 현금 확보? 티몬은 감사보고서 제출도 안 해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이커머스 업체다.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티몬, 인터파크, 위메프, AK몰 등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인수사들의 실적 부진과 유동성 부족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티몬의 자본총계는 -638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유동성도 악화했다. 같은 기간 티몬의 유동부채는 22% 증가한 7193억원이었다. 유동자산은 13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줄었다.
유동부채는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이고, 유동자산은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크다는 건 당장 유동자산을 현금화하더라도 빚을 갚지 못하는 상태라는 뜻이다.
티몬은 올해 4월 마감인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는 것은 보통 재무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2022년 티몬은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받았다.
위메프도 사정은 비슷하다. 위메프의 지난해 유동부채는 3098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늘었고, 유동자산은 6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줄었다. 이 회사 역시 2019년부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티몬과 위메프는 최근 선불충전금과 문화상품권을 선주문 방식으로 판매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티몬의 경우 선불충전금 티몬캐시 5만원을 4만5000원에 판매했고, 해피머니, 컬쳐랜드 등의 문화상품권을 1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 한 문화상품권의 경우 지금 구매하면 4주 뒤인 8월 9일에 상품권을 발송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단기간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품권 판매 시점과 발송 시점의 시차를 활용해 확보한 현금을 기업 운영 자금으로 활용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입점 업체들과 고객들 사이에선 ‘제2 머지포인트’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큐텐 관계자는 “큐텐의 경우 해외 판매를 하다 보니 외화 송금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했고, 위메프는 전산 시스템 통합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다”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상품권 판매는 예전부터 해왔던 것이며, 티몬캐시의 경우 최근 오프라인 사용처를 늘리면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일 뿐 자금상의 문제로 바라볼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티몬 감사보고서 미제출 건에 대해 회사는 “주주들간 합의 하에 보고서 제출이 늦어졌고, 이는 금융감독원에도 신고한 내용”이라며 “지연 사유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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