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민석 "'집권플랜본부장'이 되겠다…이재명과 함께 고민"
민주 최고위원 주자 릴레이 인터뷰
"책임감 때문에 출마 결심"
"李, 국민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역량 키워야"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방향을 잡는 사람, 승리를 이끌어온 사람, 그리고 집권플랜본부장."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 문장으로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이같이 답하고는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표정과 목소리에서는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났다. 올해 환갑을 맞이한 그는 20대 중반 이른 나이에 정치에 입문해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성장한 정치인이다.
김 의원은 당내에서 총선, 대선, 지방선거 등 큰 선거를 가장 많이 경험한 사람이다. 첫 선거였던 14대 총선에 출마할 때 고작 27살이었다. 이후 대선주자로 거론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고 실패를 겪고 방황한 때도 있었다. 그 시간이 그를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당에서 현재 총선, 대선, 지방선거 등 큰 선거에서 승리를 제일 많이 이끌어봤다. 차기 지도부의 핵심 과제인 집권 준비를 할 수 있는 그런 경험과 역량을 갖췄다"는 그의 말은 허풍이나 허세가 아닐 것이다.
김 의원은 스스로를 "당이 혼란을 겪을 때마다 앞장서서 방향을 제시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언제나 선명하고 강했다. 최근 당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 이후 혼란한 상황에 "당원 주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지난해 이 전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을 때는 "협잡"이라고 비판을 쏟아내며 원내지도부 교체의 물꼬를 텄다.
4선 중진, 게다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출마했던 그가 이번에 최고위원에 도전한다는 게 다소 의아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김 의원은 이재명 전 대표와의 소통 끝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를 "책임감"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이 정권을 종식하고 집권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할 때"라며 "앞으로 향후 1년간 저희 상황이 국가적으로나 당적으로 너무 어렵고 중요하다. 예측 불가능한 폭풍 같은 정국이 다가오고 있어서 지도부 안에 경험이 많은 제가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집권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해낼 수 있는 경험이 있는 거의 유일한 후보"라고 자신했다.
김 의원에게 '이재명'은 시대정신과 같다. 그는 총선 전부터 이 전 대표에게 연임을 설득해 왔다. 김 의원은 "총선에 승리하고 나면 연임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것이라 생각해 그렇게 말씀드렸다"며 "이 전 대표 개인적으로 결단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전체적인 흐름이 이 전 대표의 연임으로 잡힐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출마선언문과 캠페인의 방향, 향후 메시지에 있어서도 함께 의논해 왔다. 이 전 대표의 출마 선언 전날(9일)이었던 이날 그는 "지금 민생이 너무 어렵고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며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을 다시 제시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가운데 우리 당의 강령인 불평등 해소와 새로운 성장 동력의 제시, 이런 것들에 강조점을 뒀다"고 부연했다.
이 전 대표와 깊이 소통하고 있지만 현역의원은 캠프 보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한 당헌·당규를 의식한 듯 김 의원은 "캠프에 있다기보다는 선거 캠페인을 총괄적으로 자문한다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 전 대표의 러닝메이트라고 보면 되냐'는 질문에도 "선거를 앞두고 그런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캠프 좌장'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은데, 그냥 이 전 대표의 연임 결정 과정, 캠페인에서의 자문 등을 하고 있다고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차기 지도부의 과제는 무엇인가.
최근 흐름에서 나타나듯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이 정권의 빠른 종식이다. 그것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대한 길을 찾는 것과 함께 민주당이 그 대안이고 집권 준비가 돼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공격과 싸움 그 이상의 문제다. 제가 말하는 '집권플랜'이 그런 것이다. 저는 해봤다. 싸워야 할 땐 싸우고 준비해야 할 일들은 차곡차곡 챙겨나갈 수 있다.
-'집권플랜본부'란 무엇인가.
저는 세 가지를 말했다. △당원주권 확대와 △정책협약 능력 △인적역량 확대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내 기구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실제로 제가 최고위원이 된다면 기구를 만들어 본부장을 맡고 싶다. 이 전 대표와도 그런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고 이 전 대표도 그 필요성에 공감했다.
당원주권 확대는 그냥 권한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 강화를 통한 확대다. 권한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 당원이 센 정당이 국민과의 교감도를 높일 수 있다. 국민과의 정책 싱크로율도 더 높일 수 있다.
정책협약 능력은 정책정당이 되기 위해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나 정당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만드는 시대가 아니다. 의료, 연금 등에서 볼 수 있듯 계층과 집단 간의 대화와 타협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그 경험은 선거 때만이 아닌 일상에서 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적역량은 예비내각적 정신으로 전 분야에 걸쳐 필요한 일이다. 안정적인 집권을 위해서는 경제, 외교 등 각 분야에서 내각적 수준의 다양한 인재풀이 있어야 한다. 이는 의식적으로 준비해야 하고 실제 성과를 보여야 하는 일이다.
-최고위원 후보가 '친명 일색'이란 비판이 있다.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반명(反明)'이라는 사람이 특별히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현재 우리 당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서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집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 특별히 '이 전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은 나오지 마라'는 게 아니다.
전당대회는 당이 국민의 뜻과 방향에 함께 가느냐를 보는 게 중요하다. 국민의힘과 비교한다면 지금 국민의힘은 대통령과의 관계, 해병대원 특검법을 어떻게 피할 것이냐 등을 두고 싸우고 있다. 국민의 뜻, 총선에서의 민심 이런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어떻게 받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차기 지도부는 대통령 탄핵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인가.
탄핵은 정치권이 어떻게 하겠다고 전제하고 추진 하느냐 마느냐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국민들이 탄핵을 요구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봐야한다. 채상병 특검을 포함해 김건희 특검 등 지금 제기되는 여러 의혹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를 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더 명백한 탄핵 요건에 해당하는 것들을 축적하는 과정일 수 있다. 지금 당장 탄핵이냐 아니냐를 결정할 것 없이 지금 필요한 숙제를 하나하나 해나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전 대표에게 쓴소리를 한다면.
쓴소리는 당연히 해야 한다. 억지로 쓴소리를 찾아 한다기보다는 지금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총선 승리 이후의 책임감이 진짜 무겁다. 국민은 국정의 변화나 대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가장 강력한 야권의 대통령 후보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역량의 준비에 힘을 쏟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숙명이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비전의 제시, 그리고 그것에 대한 숙고. 언제가 됐든 우리가 국정을 새롭게 담당하게 됐을 때 변화하고 다시 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이 전 대표 본인도 실제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고 그런 고민을 계속 나누고 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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