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8가지 위반한 금융사 경영진 처벌...4가지 지키면 '감면'

이창섭 기자, 권화순 기자 2024. 7. 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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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제재 운영지침상/그래픽=윤선정

금융회사의 경영진이 내부통제 관리 의무 미이행, 지시·묵인, 대규모 고객 피해 발생 등 8가지 세부 기준상 위법성이 인정되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 과거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편드(DLF)나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등과 같은 대규모 사고가 터지면 최고경영진(CEO)도 높은 수위의 제재를 피할 수 없다. 다만 경영진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을 경우 제재를 감면 받을 수 있는데 4가지 구체 기준도 마련됐다.

8가지 위반하면 CEO도 처벌...금융사고 없어도 검사과정에서 중대위반 발견되면 제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1일 이같은 내용의 '개정 지배구조법 시행 관련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계획 및 제재 지침'을 발표했다.

개정 지배구조법은 금융사 임원이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위반하면 신분 제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위법행위 발생 경위·정도·결과, 임원의 '상당한 주의' 여부에 따라 제재 감경이나 면제가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관리 의무와 관련해 '위법행위의 발생 경위 및 정도'와 '위법행위 결과' 등 2가지를 토대로 제재 절차가 시작되는 8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우선 '위법행위의 경위 및 정도'에는 △내부통제 관리 의무 미이행 △임원의 지시·묵인·조장·방치 △광범위 또는 조직적·집중적 위법행위 △장기간 또는 반복적 위법행위 △위법행위 발생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 등 5가지 기준이 있다. '위법행위의 결과'에는 △대규모 고객 피해 발생 △건전경영의 중대한 저해 △금융시장 신뢰·질서 훼손 등 3가지 기준이 제시됐다.

8가지 기준은 DLF(파생결합펀드), 사모펀드의 대규모 불완전판매와 은행권 횡령 사태 등 과거 금융사고 사례를 참고해 마련됐다. 가령 A은행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점검을 단 한 차례만 실시해 DLF 불완전판매 사태를 야기했다. 이 사례는 '내부통제 관리 의무 미이행'에 해당한다. B은행의 직원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8회에 걸쳐 697억원을 횡령했는데 이는 '장기간 또는 반복적 위법행위' 기준에 위반되는 사례다.

8개 세부기준 중 어느 하나라도 금융사가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되면 책임 규명 절차가 시작된다. 다만 중대한 위법행위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감독당국 제재가 아닌 금융사 자체 조사와 징계로 조치하도록 했다. 실제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검사 과정에서 8개 기준의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제재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향후 구체적인 양정 기준도 발표한다. 김병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기존의 제재 양정 수준에서 크게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위법행위 결과가 중대하고 발생 경위가 위중했는데 상당한 주의를 다하지 못한 경우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제재가 가능하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감면 4가지 고려요소/그래픽=윤선정

상당한 주의 기울인 경영진, 4가지 충족하면 제재 감면
위법행위 발생 전에 금융사 대표이사와 임원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제재를 감면받을 수 있다. '상당한 주의'를 판단하는 기준은 '위법행위의 예측 가능성'과 '예방 조치 여부'다. 즉 위법행위 발생의 예측이 어려웠거나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조치를 사전에 이행했다면 대표이사나 임원은 제재를 감면받을 수 있다.

예방 조치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4가지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됐다. 먼저 임원이나 대표이사가 사전에 업무 관련 위험 요인을 파악·예측하려고 노력했느냐를 따진다. 또 내부통제 관리와 관련한 점검·보고 체계를 구축했는지 여부도 본다. 점검 체계의 외관은 갖췄더라도 형식적으로만 운영돼 실효성이 없으면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금융사가 내부통제 관리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기준'보다 엄격한 수준의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했거나 외부 평가 등으로 금융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면 제재 감면 가능성이 커진다. 마지막으로 금융사 내부의 의사 결정 과정이 문서, 기록, 녹음 등 객관적 자료로 투명하게 관리되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금융당국은 4가지 고려 요소를 감안해 대표이사와 임원의 상당한 주의 수준에 따라 제재 감면 여부를 판단한다. 최종 제재 수준은 임직원의 위법행위로 인한 결과의 중대성과 상당한 주의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금융사가 내부통제 관리 체계를 적극적으로 도입·운영할 수 있도록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기간을 설정했다. 오는 10월31일까지 금감원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금융사는 내년 1월2일까지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시범운영 기간에는 금감원이 금융사가 제출한 책무구조도를 점검하고 자문과 컨설팅을 제공한다. 시범운영 기간에는 내부통제 관리 의무가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아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제재를 가하지 않을 예정이다. 또 시범운영 과정에서 금융사 임직원의 법 위반을 자체 적발·시정한 경우에는 제재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계획이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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