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이런 남자는 바로 손절해야죠"… MZ의 인스타 사용법

김지은 기자 2024. 7. 11. 11: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MZ세대에게 인스타그램은 단순한 소통 창구를 넘어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인스타그램이요? MZ세대한테는 없으면 안되는 존재죠 ."

자칭 '인스타 중독자'인 20대 중반의 여성 A씨는 어딜 가나 인스타그램과 함께한다. A씨는 '눈 떠서 감을 때까지' 수시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데 하루에도 몇번씩 다양한 기능을 활용한다.

A씨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회사로 출퇴근할 때도 인스타그램으로 릴스를 본다. 또 주말에 친구들과 만나 맛집을 찾을 때도 인스타그램으로 검색한다"며 "최근에는 돋보기(알고리즘 검색 기능)를 통해 나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30대 초반의 남성 B씨도 "사실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그냥 킬링 타임용(시간 때우기)이다"며 "주변에서 다들 하니까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것도 있고 하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게시글이나 영상을 발견하는 게 재밌다"고 밝혔다.

이처럼 MZ세대는 '소식 공유' '맛집 찾기' '릴스 시청' '알고리즘 검색' 등 일상 속에서 인스타그램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20대 후반의 여성 C씨는 "솔직히 요즘 인스타그램을 안하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다"며 "오죽하면 자기 이상형이 '인스타 안하는 여자' '인스타 안하는 남자'겠느냐"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은 지난 2010년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인스타그램은 즉석 카메라 (Instant camera)와 메신저(telegram)를 합친 혼성어로 출시 1년 만에 이용자 1000만명을 달성했다. 2024년 기준 이용자가 약 2400만명을 넘었으며 사용자의 약 60%가 34세 미만이다.

이제 인스타그램은 MZ세대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머니S가 MZ세대를 만나 어떻게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지 살펴봤다.


"눈 뜨면 인스타 먼저 켜요"… MZ가 하루를 시작하는 법


A씨는 "아침에 가장 먼저 인스타그램을 확인한다"며 "좋아하는 게시글들을 보면서 잠을 깬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 을 켜는 A씨의 모습. /사진=김지은기자
오전 7시30분. 졸린 눈으로 일어난 A씨는 가장 먼저 인스타그램을 켠다. A씨는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딱 두 가지"라며 "하나는 눈이 좋지 않은 편이라 안경을 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는 것이다. 누운 상태에서 (인스타그램을) 5분 정도 한다"고 말했다.

A씨가 기상 후 곧장 인스타그램을 켜는 데는 이유가 있다. A씨는 "밤 사이 온 DM(인스타그램 메시지)이나 누가 내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
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며 "아침에 바로 일어나기가 힘드니까 내가 좋아하는 게시글들을 보면서 잠을 깬다"고 덧붙였다.

B씨는 "아침에 곧장 일어나기보다는 5~10분가량 휴대폰을 보면서 잠을 깨는 편"이라며 "특히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뭘하고 사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또 "시간이 남으면 릴스를 보면서 시간을 때우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다가 회사에 지각할 뻔한 적도 많다"며 웃었다.


뭐든 '인스타 검색'부터… "내 돈은 소중하니까요"


낮 12시. 직장인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인 점심시간이 됐다.

A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으로 '맛집'을 찾는 데 재미가 들렸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가 본 음식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A씨가 맛집을 검색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앱) 하단의 돋보기 모양을 클릭한 뒤 검색창에 '맛집'이라고 치면 된다.

A씨는 오늘도 '후회 없는' 점심메뉴를 선택하기 위해 심기일전한다. A씨는 곧장 인스타그램을 켜고 해시태그 창에 '강남역 맛집'이라고 검색한다. 검색된 게시글은 약 99만개. A씨는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내리며 자신의 취향과 맞는 음식을 찾기 시작한다.

인스타그램에 '맛집' 키워드를 검색하면 3천만개가 넘는 게시글이 뜬다. 오른쪽 사진은 맛집을 추천하는 피드로 가득한 화면 모습 ./사진=김지은기자
A씨는 검색 후 점심 메뉴를 냉동삼겹살로 결정했다. A씨는 "보통 사진을 보고 맛있어 보이는 집이나 가성비가 좋아 보이는 곳으로 결정한다"며 "이렇게 하면 음식점을 잘못 선택할 확률이 줄어든다. 내 돈이 소중하니까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삼겹살이 나오자 사진을 찍고 다시 인스타그램을 켰다. 해당 음식점 사진을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올리는 이유는 '공짜 음료수'를 받기 위해서다. A씨는 "요즘 '리뷰이벤트'라고 해서 음식점 사진을 찍어 인스타스토리 또는 게시글에 올리면 음료수나 사이드 메뉴를 주기도 한다"며 "이젠 음식점에서도 SNS를 필수적으로 해야 손해를 안 본다"고 덧붙였다.

A씨가 인스타그램으로 찾은 식당 메뉴의 모습(왼쪽)과 인스타그램 리뷰이벤트를 알리는 푯말(오른쪽)의 모습. /사진=김지은기자


인스타 '돋보기'에 나타난 검색 취향… 이상한 사람 거른다는 MZ


A씨가 검색하는 것은 맛집뿐만이 아니다. A씨는 각종 전시회나 팝업스토어, 유행하는 영화, 관심있는 제품 등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는 "내가 가고 싶은 분야의 행사나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찾아보면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으로 나의 취향과 맞는 것들을 계속 띄워준다"며 "예전에는 가고 싶거나 사고 싶은 게 있을 때 하나하나 포털 창에서 찾아봐야 했지만 이제는 클릭 몇 번 만으로 나의 취향에 맞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에 있는 기능 중 '돋보기' 창에 들어가면 자신의 관심사가 나온다. 이 창에서는 자신이 평소 자주 찾아보던 게시글과 관련된 영상이나 사진이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A씨는 "돋보기 창을 눌러서 살펴보면 '어, 나 이거 좋아했었네?' 하면서 나도 몰랐던 내 취향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며 "어떻게 내 취향을 이렇게 정확히 파악하는지 가끔 놀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MZ식 소개팅'이라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사진은 해당 유튜브 썸네일을 캡처한 것. /사진=유튜브갈무리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는 'MZ식 소개팅'이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MZ세대 남녀가 소개팅으로 만난 첫 자리에서 서로의 '돋보기창'을 공유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에서 여성이 "저는 이런 애기 사진이 많이 떠요. 강아지 사진이랑"이라며 "혁준씨는 (돋보기 창에) 뭐가 떠요?"라고 묻는다. 이에 남성은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한 후 "재밌었습니다"라며 다급히 소개팅 자리를 벗어나는 모습이 담겨 웃음을 자아냈다.

20대 여성 A씨의 알고리즘(왼쪽)에는 뷰티,다이어트와 관련된 내용이 올라오는 한편 B씨의 추천 게시글에는 스포츠 소식이 가득하다. /사진=A씨와 B씨의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이제 MZ세대는 'mbti'에 이어 '인스타 돋보기' 기능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 A씨는 "평소 다이어트·뷰티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서 알고리즘도 이런 게시물을 추천해준다"며 "저번에 소개팅했던 남성의 인스타그램을 어쩌다 보게 됐는데 여자들이 수영복을 입은 모습이 많아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엔 인스타로 사람을 거르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30대 B씨는 "최근 소개팅을 하는 자리가 많아졌는데 예전에는 mbti를 공유했다면 이제는 인스타그램 돋보기 창을 공유하기도 한다"며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는 편이라 스포츠 관련 소식이 많이 뜨는데 평소 나의 관심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고 전했다.


출퇴근길 '릴스'로 킬링타임…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오후 6시. 강남에서 퇴근한 A씨는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하자 바로 다시 인스타그램을 켰다. A씨가 하단의 릴스창을 누르자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한다. A씨는 "집 근처에 내릴 때까지 1시간이 걸리는데 퇴근길에 이렇게 릴스를 시청하면 시간이 빠르게 간다"며 "하루종일 업무에 집중하느라 힘들었는데 이렇게 (릴스를) 보면서 재미도 얻고 가끔 꿀팁도 알아간다"고 덧붙였다.

인스타그램 '릴스'는 틱톡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인스타그램에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출시한 콘텐츠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찍은 동영상에 텍스트·스티커·음악 등을 첨부해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데 짧게는 15초, 길게는 60초 사이의 영상을 만들 수 있다.

릴스에 담기는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일상 속 각종 꿀팁(유용하고 도움되는 조언)이나 코미디 영상이 올라오기도 하고 아이돌 가수 영상·동물 영상·스포츠 영상 등 분야도 다양하다. 릴스는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좋아하는 영상물을 끝없이 추천해준다.

다이어트·뷰티에 관심이 많은 A씨는 평소 음식 레시피가 담긴 영상을 자주 시청한다. A씨는 "릴스를 시청할 때 좋아요를 누르거나 오래 보는 영상이 있는데 이럴 때도 인스타가 비슷한 영상을 계속 보여준다"며 "알고리즘 덕분에 좋아하는 영상을 시청하기가 편리하다"고 말했다.

A씨는 대중교통 출퇴근 시간에 릴스를 시청하며 지루함을 달랜다. 사진은 음식 레시피 릴스를 시청하는 A씨의 모습. /사진=김지은기자
반면 릴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C씨는 "영상이 끝없이 재생되는 데다 자극적인 영상도 많아 일상에 불편함을 주는 측면도 있다"며 "솔직히 지하철 퇴근길이 힘들고 지루해 잠깐씩 시간을 때우는 건 좋지만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영상에 쉽게 중독될 수 있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전시회 가려면 '인스타' 깔아야… '어르신 소외' 목소리도


MZ세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팝업스토어' '전시회' '공연' '싸인회'와 같은 각종 문화 생활 소식을 검색한다. 이러다 보니 주최 측 또한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8일 기준 '팝업'에 태그된 게시글은 21만개였으며 '전시회' 관련 게시글은 303만개를 기록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팝업'과 관련해 태그된 게시물 수는 21만개이며 '전시회' 관련 게시글은 303만개다. /사진=김지은기자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즐기지 않는 X세대(1965년~1979년) 이상 중장년층이 소외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어르신들이 문화생활에서 소외된다며 안타까움을 전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사인회 줄을 섰는데 한 어르신이 이건 무슨 줄이냐고 관계자 분에게 질문하시더라"라며 "'사인회 줄인데 마감됐다'는 설명을 듣자 어르신이 '나도 이 작가 좋아하는데 북토크와 사인회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하셔서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는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어르신이 문화생활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 엑스(X·옛 트위터)갈무리
업체 측이 인스타그램을 통한 홍보를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다른 방법에 비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데다 MZ세대를 겨냥하기 쉬워서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예전에는 광고회사에 많은 돈을 주거나 전단지를 뿌려서 손님을 모았다면 이제는 그런 방식이 잘 먹히지 않는다"며 "오히려 인스타그램을 잘 관리해서 음식 사진이나 이벤트를 홍보하는 게 훨씬 효과가 좋은데 심지어 돈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공기업 홍보팀은 머니S와의 전화통화에서 "MZ세대의 경우 인스타그램을 통한 홍보가 적합하지만 어르신께는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 또는 우편으로 소식을 전달해야 한다"며 "한 분씩 일일이 (소식을) 전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어르신들의 참여가 저조한 게 가장 큰 문제다. 어르신들에게 효과적인 홍보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rldufwldms83@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