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중국에 ‘강력 경고’…“러 전쟁의 결정적 조력자” 규정
미국과 함께 중국 제재 가능성
“북-러 관계 강화 깊이 우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이 중국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대한 “결정적 조력자”로 규정하고 강한 견제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심화에도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나토 32개 회원국 정상들은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이사회 회의 뒤 발표한 ‘워싱턴 정상 선언’에서 “중국은 소위 ‘무제한’의 파트너십과 러시아 방위산업 기반에 대한 대규모 지원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결정적 조력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나토 정상들은 “이는 러시아가 이웃 국가들에 가하는 위협을 증대시킨다”며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각별한 책임감을 갖고 유엔헌장의 원칙과 목적을 준수하고 러시아의 전쟁에 대한 모든 물질적, 정치적 지원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자국의 이익과 명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유럽의 최근 역사에서 가장 큰 전쟁(우크라이나 전쟁)에 조력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공동성명은 또 “중국은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하는 야망과 강압적 정책을 명시하고 있다”며 “중-러의 심화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약화시키고 재편하려고 그들이 서로 강화하는 시도는 깊은 우려를 낳는다”고 했다. 공동성명은 중국이 사이버 활동과 가짜 정보를 이용해서도 나토의 안보에 구조적 도전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토 정상들은 러시아에 포탄과 드론 등을 공급하는 북한과 이란에 대해서도 나토의 안보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노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성명은 “우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북한의 포탄과 탄도미사일 수출을 강하게 규탄하며, 북-러 관계 강화에 큰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을 공식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정적 조력자”라는 표현까지 사용된 것은 미국의 의도가 관철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중국이 대러 수출 통제에 불참한 채 민수와 군수용으로 함께 쓸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을 계속 판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러시아를 돕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이번 공동성명도 중국이 “무기 부품, 장비, 원재료 등 이중 용도 물질”을 러시아에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쪽은 그동안 중국을 떠오르는 위협으로 간주하면서도 미국과 같은 수준의 압박에는 난색을 표하며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대중 정책 기조로 삼아왔다.
이에 따라 강한 경고를 던진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중국에 대해 제재를 추진할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경제를 돕는다는 이유로 중국 은행들에 제재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나토의 이런 기조는 3년째 정상회의에 초청된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과의 공조를 통한 중국 견제를 더욱 강화하는 흐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중국·북한·이란과의 협력은 “중대한 전략적 전환”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나토의 파트너십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은 초점이 돼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서는 이를 위한 “불가역적 경로에 대한 지지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이면 기존 회원국들이 나토의 자동 개입 조항에 따라 러시아와 직접 교전할 수 있기 때문에 시점을 못 박지 않은 채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불가역적 경로’라는 표현으로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은 분명히 밝힌 셈이다. 나토 정상들은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 지원을 약속한다며 연간 400억유로(약 60조원)가량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의 부대 행사로 열린 포럼에서 덴마크와 네덜란드가 제공한 F-16 전투기들이 우크라이나로 가고 있으며 이번 여름부터 작전에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F-16 43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으며, 이날 노르웨이도 이 전투기 6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백악관은 2026년부터 독일에 SM-6 미사일,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개발 중인 극초음속 무기 등 “장거리 화기”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위한 것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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