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아니면 속도?” 과학자들이 본 대통령의 인지력 기준은

김명지 기자 2024. 7. 11. 11: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이 들면 인지력 저하, 경도인지장애 65세 이상 10%
“고령층 추론과 타협 능력 뛰어나 위기상황에 적합” 반론도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경제, 낙태, 불법 이민, 외교,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주제마다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TV토론 참패와 잇단 말실수로 인지력 논란에 휩싸이며, 지지층으로부터 대선 후보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바이든의 오랜 우군(友軍)이었던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이 10일 바이든의 사퇴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할리우드의 대표적 진보 성향 영화 배우인 조지 클루니도 대선 후보 용퇴를 요구했다.

바이든 용퇴를 주장하거나 경쟁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이라 미국을 이끌 인지력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최근 말실수가 그 증거로 꼽힌다. 바이든은 올해 81세이고, 상대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78세다. 과연 의학적 관점에서 어떤 나이가 지도자를 맡기에 가장 적합할까.

지난 6일 미국의 경제지 포천은 고령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어떤 나이가 지도자를 맡기 적당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컬럼비아대 메일먼 공중보건대학원의 건강정책 및 고령화 교수인 존 로우(John Rowe) 박사는 “이상적 숫자를 정하는 게 쉽지 않다”고 답했다. 로우 박사에 따르면 인지 기능과 행동 기능에는 유창성, 장·단기 기억, 문제 해결, 속도와 같은 다양한 특정 기능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똑같이 노화를 겪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스탠퍼드대 의대 유전학과장인 마이클 스나이더(Michael Snyder) 교수도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는 개인마다 다르다”고 전했다. 현실에서도 90대에도 총명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60대부터 둔해지는 사람이 있다. 다만 스나이더 교수는 “나이가 들면 인지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초기 치매인 경도인지장애(MCI)는 65세 때 유병률이 약 10%이고, 80대 중반이 되면 유병률이 4배로 증가한다. 치매를 앓는 연령대는 대부분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컬럼비아대 로우 교수는 “치매 환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며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후보군에서 제외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건강에 돌발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높기도 하다.

하지만 노화의 이점도 있다. 젊은 사람과 비교해 고령층은 어휘력이 좋고, 감정적으로 안정적이다. 캐나다 워털루대 문화 연구소장인 이고르 그로스만(Igor Grossmann)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010년 미국 미시건 카운티에서 성인 247명을 무작위로 모집해, 3개 연령대(25~40세, 41~59세, 60세 이상)로 나누고 인지 능력과 추론 능력을 통해 지혜를 시험했다. 그 결과 노인의 지혜가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65~80세 연령대가 다른 연령대보다 주의가 산만한 경향이 있었으나, 갈등 해결과 타협 추론 능력에서는 유의미하게 높은 점수를 보였다. 지혜 점수에서 상위 20%의 평균 연령은 64.9세였고, 하위 80%의 평균연령은 45.5세였다. 노화로 인지력은 좀 떨어지지만 사회적 추론 능력이 향상된다는 뜻이다.

컬럼비아대 로우 교수는 “노인에게 결정, 상담, 집단 간 협상과 관련된 역할을 맡기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 장수센터 소장인 로라 카스탄센(Laura Carstensen) 심리학과 교수가 지난 2020년 발표한 논문에서는 노령층의 ‘감정적 안정감’에 주목했다.

카스탄센 교수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미국에서 18~76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고령층이 청장년과 비교해 감정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고령층에 더 위험한 질병이었는데, 청장년층과 비교해 부정적 감정을 경험한 빈도가 훨씬 적었다. 카스탄센 교수는 “일반적으로 노인을 연약하고 무력한 존재로 치부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노인은 감정적이나 심리적으로 훨씬 단단하다”고 설명했다.

로우 교수는 “노인의 인지력이 온전하다면, 감정적으로도 더 안정적이고, 문제 해결 능력과 협상 능력이 더 뛰어난 만큼 리더로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가나 기업이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서 고령층 리더의 쓰임새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윈스턴 처칠은 66세에 총리에 올라 2차 세계대전 승리를 이끌어냈지만, 위기가 끝난 이후에는 리더로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참고 자료

Psychological Science(2020), DOI: https://doi.org/10.1177/0956797620967261

PNAS(2010), DOI: https://doi.org/10.1073/pnas.1001715107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