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 평등’ 깨뜨리는 이재명 방탄[시평]
李 사법리스크 맞선 야당 행태
검찰과 사법부 공격으로 악화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도전
총선 승리가 면죄부 될 수 없어
지지율 하락만 봐도 착시일 뿐
법적 정치적 책임 회피 말아야
방탄의 사전적 정의는 ‘날아오는 탄알을 막음’이다. 즉, 총으로 공격하는 것에 대한 방어를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방탄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인물의 보호를 위해 다른 인물이 대신 공격을 받거나, 각종 제도를 앞세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치적 방탄이 대중화한 것은 ‘방탄총리’가 시작이다. 과거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던 시절, 총리는 형식상 정부의 2인자였지만, 실제로는 허수아비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각종 기념식에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하여 축사를 읽는 ‘대독 총리’,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고 등이 있을 때 대통령을 대신해 책임지고 물러나는 ‘방탄총리’라는 말이 나왔던 것이다.
요즘은 방탄총리보다 방탄국회가 더 많이 거론된다. 방탄국회라는 말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이용해 불법 혐의를 받는 의원의 체포를 피하려는 것을 지칭하며, 국회의 다수당이 임시국회의 소집 및 회기 연장, 체포동의안의 부결 등을 통해 국회의원을 체포해 수사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민주당에서 무리한 입법, 무리한 주장을 반복하면서 ‘이재명 방탄’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정국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여야 간의 공방을 넘어서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공격까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면서 이재명 방탄이 당분간 정국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 사용되는 방탄 개념에는 부정적 평가가 담겨 있다. 방탄총리, 방탄국회, 이재명 방탄을 막론하고 방탄이라는 말 자체에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인물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치는 국민 앞에 책임을 지는 책임정치이다. 이러한 책임이 선거 등에 의해 확인되는 정치적 책임만은 아니다. 국민의 대표자는 불법을 저질러서는 안 되며, 만일 불법이 있다면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는 책임정치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요청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한 ‘법 앞의 평등’의 요청이기도 하다.
‘방탄총리’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 것은 대통령의 책임을 국무총리가 대신 지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점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총리가 대신 지고 사임하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비난을 희석시키려는 것은 민주적 책임정치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방탄국회’에 대한 비판도 유사하다. 최근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가 많은 국민의 관심을 끌고, 여야 정당들에서 특권 포기에 관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방탄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 때문이었다. 애초에 국회의원들의 면책특권 및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 원활한 기능에 장애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국회의원 개인의 보호를 위해 오남용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이재명 방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오로지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를 축소·회피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탄 활동이 미치는 범위 및 부작용은 방탄총리나 방탄국회에 비할 바가 아니며, 더욱이 이재명 개인을 위해 법질서가 왜곡되고 있다는 점에서 ‘법 앞의 평등’에 대한 침해도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방탄총리, 방탄국회, 이재명 방탄의 공통점은 헌법상의 제도를 왜곡하며, 법 앞의 평등을 깨뜨린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방탄은 법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방탄은 법치뿐만 아니라 민주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
이재명 방탄의 경우에는 최근 제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직후이기 때문에 마치 이재명 방탄이 국민에 의해 인정된 것처럼 착시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총선 당시에 비해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재명 방탄이 국민적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재명 방탄은 법적 책임의 회피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책임의 회피이기도 하다. 국민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정치가 민주정치일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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