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리뷰] '탈출' 故이선균은 뜨거웠고 신파 덜어낸 재난은 담백했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일상의 공간이 악몽의 현장으로, 친근한 존재가 위협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다리 위 연쇄 추돌 사고로 시작되는 재난 그리고 더 큰 재난이 몰아친다. 첩첩산중에 설상가상까지 더한 재난 종합선물세트 속 고(故) 이선균은 마지막까지 뜨거운 열정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초청을 받아 전 세계 선공개된 재난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이하 '탈출', 김태곤 감독, 블라드스튜디오 제작)가 산 넘고 물 건너,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후 1년 2개월 만에 관객을 만나게 됐다. 지난 8일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탈출'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선균의 유작'이라는 안타까운 타이틀을 달게 됐지만 이러한 외적인 이슈를 차치하고 올여름 최대 제작비(순제작비 185억원·손익분기점 400만명)가 투입된 텐트폴 블록버스터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먼저 '탈출'의 이야기는 이렇다. 짙은 안개로 인해 공항대교에서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엎친 데 덮친 격 다리가 붕괴 위기를 맞고 여기에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까지 위험이 도사리면서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일련의 사소한 사건 하나로 순식간에 최악의 재난 상황이 되어버리는 '탈출'은 숨 쉴 틈 없이 연쇄적인 재난 상황을 연달아 쏟아내며 관객의 혼을 제대로 쏙 빼놓는다. 허무맹랑한 재난 상황이 아닌 한 번쯤 뉴스에서 볼 법한 현실적인 소재로 초반부터 보는 이들의 몰입감을 장악한다.
이러한 몰입감은 현실감을 200% 살린 공간과 비주얼의 힘이 크다. 이미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한국 VFX의 기술력을 정점으로 끌어올린 김용화 감독이 제작자로 나선만큼 '탈출'은 압도적인 배경과 공간, 파워풀한 비주얼로 여름 블록버스터의 참맛을 전한다. 국내 최장 거리 교량에서 벌어지는 100중 추돌 사고의 현장을 재현하기 위해 1300평의 세트장을 섭외, 실사 수준의 비주얼을 완벽히 구현했고 '탈출'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작용한 11마리의 군사용 실험견은 수많은 공정을 거쳐 VFX로 완성,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공포감을 전했다.
비주얼이 전부가 아니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완벽한 팀플레이로 마지막까지 '탈출'의 서사를 멱살 잡고 이끄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부녀 파트를 담당하는 정원(이선균)과 경민(김수안)을 주축으로 렉카 기사 조박(주지훈)· 반려견 조디(핀아), 자매 미란(박희본)·유라(박주현), 황혼 부부 병학(문성근)·순옥(예수정), 그리고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책임 연구원 양 박사(김희원)까지 모든 인간 군상을 한데 모아 '탈출'에 녹여내며 남녀노소 만인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이선균의 투혼과 같았던 연기 열정이 엔딩크레딧까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앞서 이선균은 지난해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 향정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던 중 그해 12월 27일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유작이 되어버린 '탈출'에서 안보실 행정관 정원을 연기한 이선균은 초반 차기 대선 후보인 안보실장(김태우)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으며 잇속에 밝은 권모술수형 인물로 비치는 듯 보였지만 사상 최악의 재난 현장을 맞닥뜨린 후 불안과 공포에 빠진 사람들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물론 희생을 마다치 않고 사람들과 딸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물로 점차 변해가는 다층적인 캐릭터를 소화했다. 달리고 구르고 매달린 이선균의 뜨거웠던 열연이 고스란히 담긴 '탈출'이다.
물론 재난 영화 장르 특성상 '탈출'의 일부 장면에서 클리셰와 신파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주 잠시뿐, 칸영화제 이후 관객의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하려 했던 김태곤 감독의 고군분투 덕분에 담백한 마무리로 끝을 아름답게 맺을 수 있었던 것도 미덕 중 하나다.
한편, '탈출'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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