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질병의 남녀 차이 연구는 페미니즘이 아니다

이정아 기자 2024. 7. 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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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을 뜻하는 말 중에 '젠더(gender)'가 있다.

젠더는 생물학적 성별(sex)과 달리 사회문화적 차원의 성별을 뜻한다.

젠더 의학(성차의학·gender medical)은 남녀의 유전적 차이, 신체적 차이 등을 연구해 질병의 원인을 밝히거나 신약을 개발하는 데 활용하는 학문이다.

그러려면 젠더 의학이 페미니즘 논란을 떠나 대중에게 꼭 필요한 연구로 인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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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기자.

성별을 뜻하는 말 중에 ‘젠더(gender)’가 있다. 젠더는 생물학적 성별(sex)과 달리 사회문화적 차원의 성별을 뜻한다. 생물학적으로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둘로 구분된다. 하지만 최근 페미니즘 영향으로 젠더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남성과 여성 외에 제3의 성, 제4의 성을 인정하자는 얘기다.

의학에서도 젠더를 따지는 일은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젠더는 사회문화적인 의미와 다르다. 생물학적 성별에 국한돼 있다. 즉, 남성과 여성으로만 생각한다. 젠더 의학(성차의학·gender medical)은 남녀의 유전적 차이, 신체적 차이 등을 연구해 질병의 원인을 밝히거나 신약을 개발하는 데 활용하는 학문이다. 성 의학으로 부르면 남성의학과 여성의학(산부인과학)과 혼동될 수 있어 젠더라는 단어가 붙었다.

일각에서는 젠더라는 단어 때문에 페미니즘을 떠올려 젠더 의학을 여성주의 의학이라고 오인하기도 한다. 국내 최초로 성차의학연구소장을 맡은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페미니즘이냐”는 말을 종종 들었다고 한다. 젠더 의학에 대한 기사에도 “여성과 남성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나” “의학에도 여성 성차별이 있다는 말인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사실 젠더 의학은 남성과 여성을 모두 살리는 학문이다. 일부 편견 때문에 젠더 의학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나 지금이나 의학에서 말하는 인간은 ‘남성’이다. 대부분 임상시험 연구에서 참가자가 특정 인종과 남성에 국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참여도가 낮았던 것은 물론, 연구자들도 남성과 여성을 따로 구분해서 임상시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 결과 수많은 약물이 유독 여성에게 많은 부작용을 일으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불면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수면제인 ‘졸피뎀’이다. 미국에서 여성 운전자가 졸피뎀 복용 후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사례가 여럿 나타나 조사해보니, 성별에 따라 체내 약물 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졸피뎀은 지방에 잘 흡수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체내 지방이 많은 여성의 몸에 오랫동안 남아 부작용을 일으켰던 것이다.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여성은 졸피뎀을 절반만 복용하도록 권고했다.

반대로 남성이 의학의 차별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유방암과 골다공증은 남성 환자의 비율이 매우 낮다는 이유로 여성을 대상으로만 연구가 진행됐다. 하지만 두 질환은 성별에 따라 원인도 다르고, 증상이나 진행 양상도 다르다. 최근 학계는 남성이 걸리는 유방암과 골다공증의 원인과 진행 양상을 밝혀, 적합한 치료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체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때 남녀 비율을 똑같이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는다. 성별 특성을 고려한 의학 연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얘기다. 건강과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젠더 의학 연구는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젠더 의학이 페미니즘 논란을 떠나 대중에게 꼭 필요한 연구로 인식돼야 한다. 젠더 의학은 남성과 여성 모두를 살리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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