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시기조정론’ 1400만 개미 화색
업계·학계, 빠른 결론 촉구
“폐지까지 논의 확대” 주장도
내년 1월 시행까지 6개월도 남겨놓지 않았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초시계가 또 한번 리셋(재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원안 시행에 무게를 뒀던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당대표 후보까지도 금투세 시행 시기를 고민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당장 금투세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 반발해 온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환영 입장을 넘어 ‘폐지’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와 학계에선 금투세 유예를 통해 번 시간으로 과세체계와 정합성을 다시 논의하고, 증권사의 시스템 정비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전날 차기 민주당 당대표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식시장 악화의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는데, 시장이 조금 올랐다고 세금을 부과하면 (투자자들이) 억울할 듯 하다”면서 “(금투세) 시행 시기의 문제는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원론적으로 금투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제했지만, 최근 야당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금투세 유예론’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금투세는 국내외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해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다. 애초 문재인 전 정부 시절인 2020년 국회를 통과한 후 2023년 1월부터 도입 예정이었으나 여야 합의를 거쳐 2025년 1월 시행으로 2년 유예된 바 있다. 금투세가 적용되면 국내 주식의 경우 연간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22%, 3억원 초과는 27.5%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 후보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민주당이 당론을 금투세 유예 쪽으로 빠르게 옮겨갈 경우 다음달로 예정된 기획재정부 세법 개정안 심의 발표 후 이르면 9월 이어질 정기 국회에서 금투세 유예가 확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와 관련 학계 등에서도 금투세 유예에 대한 여야 이견 차가 좁혀지면서 향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업계에선 이른바 ‘큰 손’들의 세금 회피성 대량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해왔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금투세 대상자가 전체 투자자의 1% 수준인 15만명이지만 투자금은 전체 시총의 6%가 넘는 150조원 수준이라며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돈이 (미국·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한국 주식 가격은 상승 동력을 그만큼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증권사 실무 담당자는 “(금투세 도입·유예·폐지) 어떤 결론이든 빨리 나와야 한다”면서 “금투세 도입을 대비해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 전산 시스템을 마련해 둔 증권사 입장에선 유지 보수 비용만 계속 발생하는 중”이라고 했다.
금투세 유예가 현실화될 경우 그동안 ‘주먹구구식’ 일처리로 불합리한 부분이 많은 과세체계 등을 즉각적으로 손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면서 금투세를 도입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르는 것에는 개인적으로 찬성”이라면서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대전제에 맞춰 손실 시에도 세금을 낼 수밖에 없는 증권거래세 등을 폐지하고 금투세로 일원화 해 ‘이중과세’ 논란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장기 보유 투자자의 세율 혜택을 키우거나 면세하는 방안 등도 개인 투자자의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예를 넘어 금투세 ‘폐지’까지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긍정적”이라며 “아직 한국 증시는 금투세의 충격을 감당할 만큼 체급이 되지 않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폐지 쪽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과 경제 구조와 증시 규모가 비슷했던 대만에선 금투세 도입 탓에 주가 지수가 약 40%나 하락한 적이 있으며, 한국 역시 유사한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유예를 넘어 폐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투세 시행이 또 한번 유예될 경우 ‘사실상 폐지’ 쪽으로 방향이 잡힐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2년처럼 2년간 금투세 도입을 재차 유예할 경우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등 재유예기간 종료 이후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잇따르는 만큼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에선 법안 강행에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2년마다 재유예란 불확실성을 겪어야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투세 유예 움직임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세수 결손·감소 상황에서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에 편승하고 있다”면서 “부자감세의 포문을 여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심화하는 자산불평등 완화를 위한 조세·재정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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