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원 서방 유도 무기들 러 전자전에 무력화
HIMARS 발사 미사일도 명중률 수십 m로 떨어져
레이저 유도 방식 러 활공폭탄, 우크라군에 큰 피해
정밀 유도 무기 중심의 서방 군사교리 실패 검증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GPS 유도폭탄 등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큰 위력을 발휘하던 서방의 정밀 유도 무기가 강력한 러시아 전자전 능력에 막혀 쓸모가 없어지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레이시언사와 영국 BAE 시스템즈사가 공동 개발한 M982 엑스칼리버 155mm 폭탄은 2022년 여름 전황에 큰 영향을 미쳤다. GPS로 유도되는 이 폭탄으로 러시아 전차를 정밀 공격하고 드론이 피해 상황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보내는 장면이 널리 공개됐었다.
지금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러시아군이 수 주 만에 적응하기 시작해 강력한 전파방해를 함으로써 포탄이 방향을 잃고 엉뚱한 곳에 떨어지거나 불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중반 이후 M982 엑스칼리버 폭탄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미국이 지원한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도 마찬가지다. GPS로 유도되는 이 무기가 2022년 우크라이나가 승기를 잡는데 큰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러시아의 전파 방해로 인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미 보잉사와 스웨덴 사브사가 생산하는 최신형 지상발사소구경폭탄(GLSDB)도 최근 몇 달 새 거의 쓸모가 없어져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미국이 비교적 최근 지원한 사거리 300km의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무기 회사인 MBDA 생산 스톰 쉐도우 순항미사일 등이 러시아 비행장, 사령부, 통신 센터 등 여러 곳을 파괴하는 성과를 냈다. 러시아의 S-400 지대공 미사일 포대 다수도 파괴됐다.
그러나 이들 무기 역시 조만간 러시아군이 위력을 감쇄하거나 요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밀 공격이냐 대규모 공격이냐
오래 동안 서방은 정밀 무기가 대규모 군대 및 전차, 포병을 대신할 수 있다는 군사 교리를 믿어왔다.
그러나 그 같은 교리가 대규모 전쟁을 통해 검증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및 이슬람국가(IS)를 상대하는 데는 효과가 컸지만 러시아나 중국처럼 현대적 군대와 대규모 전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 중 한 가지가 구식 비유도 포탄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전자전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수십 년 동안 이들 포탄 생산을 줄여왔다.
쥐잡기 게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이란 제 샤헤드 드론을 요격하자 개량했고 순항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도 요격하기 힘들게 개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시간 싸움을 해왔다. 서방이 최신 무기를 찔끔찔끔 지원하면서 러시아군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무기 제조를 감독하는 전략산업부 안나 그보즈디아르 차관은 느려 터진 서방 무기회사들이 대응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우리는 살기 위해 빨리 결단해야 해 더 빨리 배운다”고 말했다.
일부 서방 파트너들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1월 스웨덴이 우크라이나 전쟁 교훈을 스웨덴 방위업체들이 빠르게 적용하도록 하는 계획에 착수했다. 폴 욘슨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빠른 혁신은 놀라운 일이다. 스웨덴이라면 5년 걸릴 일을 5주 만에 해 낸다”며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것이 혁신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드론의 경우 몇 달 만에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한 당국자는 “우리와 러시아 모두 휴대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하듯이 매달 업데이트 한다. 그렇지만 서방 지원 무기는 소프트웨어를 몇 년 동안 방치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원하는 무기의 상당수가 최신 무기에 의해 교체되는 구식 무기다. 따라서 제조사들은 구식 무기를 개량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한편 러시아군이 서방의 구식 유도무기에 잘 대응하고 있음에도 가장 최신의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러시아와 중국이 대책을 마련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다. 이들 나라와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하는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서방의 정책에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냉전 시대 무기 발전
엑스칼리버 유도 폭탄이나 GMLRS와 같은 무기는 수십 년 전에 개발됐다. 따라서 러시아의 전자전에 취약한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서방의 최신 무기들 상당수가 위성을 이용한다. 지난해 여름께 러시아가 대규모 방해 전파를 발사해 1300km 전체에서 약 60km 폭에서 위성 전파를 무력화했다.
러시아가 보유한 크라스노폴 폭탄 등 유도무기는 GPS 유도 방식이 아닌 레이저 유도 방식이다. 오를란-30 드론과 함께 사용한다.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M712 레이저 유도 폭탄을 지원했으나 함께 사용할 드론이 없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전파 방해를 잘 견뎌내는 최신 코메타-M 위성 유도 장치를 도입했다. 활동 폭탄에 이 장치를 장착함으로써 우크라이나군 공격에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엑스칼리버 폭탄의 경우 특정 고도에서 폭발하도록 돼 있는 신관과 GPS 교란으로 동시 폭발이 작동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크다. 프랑스와 스웨덴이 지원한 보너스 폭탄의 경우도 러시아 전파방해로 위력을 잃었다.
2022년 러시아 벙커, 지휘소, 잔교, 무기고 등을 공격하는데 큰 위력을 발휘했던 HIMARS 발사 GMLRS는 단거리 GPS 교란에 특히 취약해 오차 범위가 직경 수십 m에 달한다. 다만 텅스턴 볼을 흩뿌리는 M30형 GMLRS는 지금도 러시아 포대를 공격하는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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