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폭탄관세 발표 전부터 흔들렸네…이제 격한 '집안싸움'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7. 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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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중국 자동차업체들 수출 통계 순위 변화…
EU 관세 대응창구 격 상하이차 2위 하락 직격탄,
BYD 등은 현지생산 늘리며 세계시장 공략 속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8일 (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메흐메트 파티 카시르 산업기술 장관과 왕추안푸 중국 비야디(BYD) CEO의 전기차 공장 설립 협약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4.07.09 /AFPBBNews=뉴스1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유럽연합)의 보조금 상계관세가 본격 발효도 되기 전에 그 효과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중국산 자동차 수출 랭킹이 달라졌다. 관세 부과가 본격화하는 하반기엔 폭넓은 영향이 예상된다. 보조금 쇼크 대응 방식에 온도차가 읽히는 가운데 중국 자동차 브랜드끼리 글로벌 시장 공략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올 상반기 전년비 30.5% 늘어난 279만3000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중 내연기관 자동차는 218만8000대로 36.2% 늘었고,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신에너지차는 60만5000대로 13.2% 늘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신에너지차에 대한 캐즘(신기술 대중화 직전 수요병목현상)이 일반화하면서 중국산 신에너지차 수출 증가세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중국 현지서는 특히 수출 상위 5개사 리스트가 달라진 점에 더 시선이 몰린다. 올 상반기 5대 완성차 수출기업은 체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 장안자동차, 지리자동차, 비야디(BYD)순이었다.

부동의 수출 1위 상하이차가 2위로 밀려났다. 새로 1위에 오른 체리는 올 상반기 거의 10% 늘어난 53만2000대를 수출했고, 2위 상하이차는 10% 줄어든 43만9000대 수출에 그쳤다. 중국 언론은 체리의 선전에 주목하면서도 상하이차가 유럽 시장에서 외면받으며 전체 글로벌 수출 외형 축소를 피하지 못한 데 대한 충격을 감추지 못한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 4일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상계관세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하이차는 지속적으로 '조사에 비협조적인 기업'으로 분류돼 최고 등급인 37.6%의 관세를 부과받게 됐다. 기존 10%에 더해 무려 47.6%의 관세가 매겨진다.

EU가 상계관세 조사에 착수하고 세관 등록을 강화한 올 초부터 이미 중국 전기차 수출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중국산 견제 분위기가 커진 데다 실질적으로 절차까지 복잡해진 탓이다. 1~4월 수출이 8% 줄었고 이후 낙폭은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특히 그간 유럽 전기차 수출 비중이 가장 컸고 상계관세 조사 과정에서 '악의 축' 이미지가 생긴 상하이차의 타격이 가장 심했다. 상하이차는 작년 영국 포함 유럽 13개국에서 총 24만3000대를 판매하는 등 유럽 내 최대 중국 완성차 브랜드로 군림해 왔다.

상하이차는 사실상 EU 제재에 대한 공식 대응창구 역할까지 하고 있어 EU 폭탄관세의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전망이다. 상하이차는 지난 4일 "EU 집행위에 상계관세 조치와 관련한 청문회를 공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상하이차는 EU 집행위가 요청한 정보가 조사 범위를 초과했다고 주장한다. 청문회를 통해 조목조목 문제를 지적하겠다는 입장이다. 괘씸죄가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건 비야디다. 거대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1위 전기차 판매기업이 된 비야디는 올 상반기 전년 대비 무려 160% 늘어난 20만7000대의 수출고를 올렸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공장을 6월 가동, 중앙아시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 데다 최근 튀르키예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하며 유럽 진출 교두보도 확보했다. 중국 브랜드 간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믿을 구석이었던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올 상반기 중국 브랜드들의 총 완성차 판매량은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내수는 사실상 정체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중국자동차딜러협회 집계에 따르면 상반기에 판매목표를 100% 이상 달성한 딜러사는 18.4%에 불과했다. 경기가 나쁘니 중국인들이 차를 안 산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에도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는 여전히 부족할 것으로 보이며 해외에선 국제무역 보호 분위기가 더 심각해지면서 산업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며 "(회원사들의) 전반적인 운영 어려움이 더욱 심화하면서 더 큰 매출 압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 1~5월 기준 중국산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이었다. 사실상 중국산 자동차의 유럽 진출 교두보 역할을 했던 벨기에는 브라질에 순위가 밀렸다. 역시 유럽시장의 중국산 자동차 경계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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