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한다…역차별에 무너지는 리모델링 [부동산360]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지원 확대에 소외
‘필로티도 수직증축’ 판단 등 규제만 늘어
“절차 간소화·제도 지원으로 활성화해야”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노후아파트 정비가 재건축·재개발로 편중된 분위기 속 리모델링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 따질 게 아니라 각 단지의 사업 여건, 소비자의 선택지 확대, 환경적 요소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리모델링 사업도 활성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리모델링협회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153개 단지, 12만1520가구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거나, 설립총회를 앞둔 단지,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추진 중인 단지들이다. 이중 수도권 아파트가 145개 단지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지방권은 8개 단지에 그친다.
특히 리모델링이 활발했던 시기에는 강남권에서도 리모델링 재입주 단지가 잇따랐다. 대표 사례가 방배동 쌍용예가클래식(2007년, 구 궁전), 도곡동 동신예가(2011년, 구 동신아파트), 청담 아이파크(2014년, 구 청담 청구), 대치 래미안 하이스턴(2014년, 구 대치우성2차) 등이다. 2021년에는 개포우성9차가 개포더샵트리에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 위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며 상대적으로 리모델링은 소외되고 있는 분위기다. 가령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선정되면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면제, 용적률 상향 등 재건축 규제 완화 혜택을 받는다. 또한 국회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폐지법안이 발의됐으며 정부도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리모델링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법제처는 1층 필로티(비어 있는 1층 공간) 설계에 따른 1개 층 상향도 수직증축으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서울시도 가구 수가 늘지 않는 필로티와 1개 층의 상향을 수직증축으로 판단했다. 수평증축은 1차 안전진단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반면 수직증축은 2차 안전진단을 받아야 해 리모델링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진 셈이다.
서울시 내 리모델링 단지 사이에선 시의 ‘사전자문’ 절차도 사업을 지연시키는 요소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건축심의 전 사전자문 제도를 만든 이후 건축심의를 통과한 곳이 거의 없다”며 “규제 절차만 늘어 사업 지연이 이뤄지면 공사비 등 부담만 높아지는 상황으로 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리모델링이 규제 일변도로 흐르며 사업이 표류해 재건축 선회를 검토하는 곳도 있지만, 이는 일부 단지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가령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성동구 응봉동 ‘응봉대림1차’ 등은 기존 용적률이 낮아 재건축 사업성이 있는데도 재건축 연한이 남아 리모델링이 추진됐던 경우로 평가된다. 반면 1990년대에 지어진 많은 아파트는 리모델링 외에는 사업 추진이 어려운 여건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제정된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용적률 기준이 제3종 주거지의 경우 300%에서 400%로 완화돼, 이때 신축된 아파트는 대부분 용적률이 200~300%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환경 변화 속 리모델링이 가진 이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국내에서 리모델링은 재건축 시 전면 철거로 인한 폐기물 발생, 개발 이익을 노린 고의적인 슬럼화 등이 문제가 되며 장려됐다. 재건축 대비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고, 사업기간이 짧아 사회·경제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단 점에서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1년 9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리모델링 개념을 정의하고, ‘주택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도 손질해 활성화에 나섰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리모델링 규제 개선,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잇따른다. 서울 한 리모델링 조합장은 “현장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절차 간소화와 규제 완화를 통한 사업 활성화”라며 “모든 단지가 재건축을 할 여건은 아닌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수직증축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 중복 절차를 개선하자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상근 부회장은 “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른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병행해 리모델링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도 장려돼야 한다”며 “리모델링은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사업기간이 훨씬 짧고 사업 또한 안정적인 편”이라고 전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상호 보완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용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모든 노후아파트를 재건축을 하거나 리모델링으로 편중시키는 것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노후아파트 리모델링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추진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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