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24] "역사를 바꿀 기회!"...'원팀' 잉글랜드 결승 진출 '뒷얘기'
11일 유로 2024 준결승 2경기 잉글랜드, 네덜란드에 2-1 역전승
15일 스페인과 '건곤일척' 결승전...첫 유로 우승 근접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우승) 100%, 그게 우리가 여기 온 유일한 이유다. 우리는 결승에 올라가서 그만두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기고 역사에 이름을 새기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잉글랜드 미드필더 코비 마이누)
메이저 대회 부진 '징크스'에 시달리던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극적인 '반전 드라마'로 역사를 바꿀 기회를 만들었다. 축구의 종주국을 자처하면서도 메이저 대회인 월드컵과 유로 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 했지만 2개 대회 연속 유로 결승에 진출, 사상 첫 '앙리 들로네' 컵과 입맞춤에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지휘하는 잉글랜드는 11일 오전 4시(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BVB 슈타디온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4강전 2경기에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7분 사비 시몬스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전반 18분 해리 케인의 페널티킥 골로 1-1 동점을 만들고 후반 추가시간 90+1분 올리 왓킨스의 '극장골'로 2-1 역전 승리를 거뒀다. 잉글랜드는 16강, 8강, 준결승에서 모두 상대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유로 토너먼트 결승에 진출한 최초의 팀이 됐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오는 15일 오전 4시 베를린에서 스페인과 '건곤일척'의 결승전을 펼쳐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한다. 공교롭게도 잉글랜드와 스페인은 모두 4강전에서 선제골을 상대에 내주고도 2-1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유로 2024는 유난히 역전 승부가 많은데 4강전까지 모두 9번째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이는 20년 전의 6번째 역전 경기를 경신한 기록이다.
또한 '삼 사자' 군단을 이끌고 있는 잉글랜드의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독일의 헬무트 쇤(1972년과 1976년)과 베르티 포그츠(1992년과 1996년)에 이어 두 번이나 유로 결승전에 진출한 세 번째 감독이 됐다. 잉글랜드는 지금까지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과 유로 대회에서 딱 한 차례 1968년 월드컵에서 우승 했을 뿐, 56년 동안 메이저 무관에 그치고 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우승은 바로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다. 정말 힘들고 토너먼트에서 가장 좋은 팀들과 경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여기 있다. 정말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싸우고 있다"면서 "선수들이 토너먼트 내내 모두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고 언제든지 기여할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 제가 가장 기뻐하는 부분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승부의 결정적 변수가 된 후반 선수 교체에 대해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우리는 앞쪽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해리([케인)는 전반전에 페널티킥을 따냈을 때 부상을 입었다. 올리가 조금 더 잘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는 투입 초반 수비수에게 문제가 되는 런을 했고, 나중에는 확실히 그랬다.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 모두가 기뻐했다"고 말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1-1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30분 '핵심 멤버' 해리 케인과 필 포든을 빼고 올리 왓킨스와 파머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져 2-1 역전승을 끌어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교체선수 두 명의 퍼포먼스 질이 뛰어나다고 생각했고, 두 명의 교체 선수가 합쳐져 전력을 끌어올렸다는 사실은 그들이 그룹으로서 가진 정신을 보여준다. 그들은 지난 5~6주 동안 훌륭하게 하나의 팀이 됐다. 그들 중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고, 그들은 모두 그 순간이 올 때를 위해 준비했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수비수 루크 쇼는 "올리(왓킨스)에게 정말, 정말 축하한다. 저는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많은 시간을 뛰지 않은 사람들은 언제 기회가 올지 알 수 없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그렇게 말한 이유가 바로 그것인데, 올리는 많이 뛰지 않았는데 출장할 기회가 주어졌고, 그것을 잡았다"고 말했다.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역전패로 결승 진출이 좌절된 네덜란드의 사비 시몬스는 "이 패배는 힘듭니다. 정말 실망스럽고, 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밝은 여정의 시작입니다. 저는 팀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또 "경기 대부분 동안 우리는 뭉쳐서 그들이 실수를 하기를 기다렸다. 우리는 그들을 끝낼 기회가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약간 지쳐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잉글랜드와 스페인은 1996년 대회 이후 처음으로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맞붙게 됐다. 당시에는 홈팀 잉글랜드가 스페인과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의 선방 속에 4-2로 승리했다.
네덜란드의 로날드 쿠만 감독은 "저는 미래에 대해 확신합니다. 이 팀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선수들이 들어올 것입니다. 우리는 잘 협력했고, 유대감을 형성했고, 결승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이 팀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잉글랜드와 스페인에 결승전 전망에 대해 "잉글랜드는 1-0으로 뒤진 뒤에도 정말 잘했다. 스페인은 윙어를 흥분시키고 뒤에서 빌드업하는 훌륭한 축구를 하고 있다. 스페인이 높은 수준에서 경기를 하고 있지만, 잉글랜드가 그들을 이길 수도 있습니다. 왜 안 되겠어요?"라고 잉글랜드의 반전 드라마를 주목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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