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21년 출시 갤럭시S·폴더블까지 연내 AI 기능 확대”
프랑스 파리 루브르에서 10일 갤럭시 언팩(공개) 행사를 연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 사업부장)이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말까지 2억대의 갤럭시폰에 실시간 번역과 서클 투 서치, 생성형 이미지 편집 등 갤럭시 AI 기능을 탑재하겠다고 선언했다.
◇AI 탑재 갤럭시 2억대로 늘린다
노 사장은 올해 1월 갤럭시 AI를 처음 소개하면서 올해 안에 1억대의 모바일 기기에 갤럭시 AI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6개월만에 그 두 배인 2억대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이를 탑재하겠다고 목표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그는 “올해 초에는 갤럭시 S23, S24 정도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1억대를 말했는데, 갤럭시 AI의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지원 모델을 지난 1~2년새 출시된 모든 S시리즈와 Z시리즈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 “갤럭시탭 S9, S8도 지원한다”며 “앞으로 지원 단말기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3, 2021년 출시한 갤럭시S21, 갤럭시A시리즈 등에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갤럭시 AI기능을 탑재해주기 시작했다. 나온지 3년 된 갤럭시S21 일부 제품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한물 간 줄 알았던 이들 구형 제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저렴하게 최신 갤럭시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가성비 제품’으로 부각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를 도입한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 1위를 탈환했다. 이어서 소비자들이 갤럭시 스마트폰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성형 AI를 대거 스마트폰에 끌어들인 전략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모두 성공을 거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AI 유료화는 부정적
노 사장은 이날 수차례에 걸쳐 “갤럭시 AI를 통한 혁신 기술의 대중화”를 강조했다. 바꿔말해 더 많은 대중(소비자)이 갤럭시 AI가 탑재된 삼성 스마트폰을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 자리잡고 있는 유료·구독 모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갤럭시링을 이용한 헬스 기능과 관련 “대부분의 고객들은 제품을 샀는데 또 서비스 기능 비용을 낸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구독료 부담을 매달 주지않고 고객들이 기대하는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2025년말까지 모든 AI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기존 제품에 AI 기능을 추가하는데는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수익보다는 AI를 지렛대로 삼아 올 한해 애플 아이폰으로부터 완전히 시장 1위를 탈환하고, 브랜드 이미지도 역전시켜 장기적 이득을 노리겠다는 분석이 나온다.
◇“갤럭시 생태계 확장해 진화된 경험 제공”
여기에는 또 하나의 확산 전략이 한 몫하고 있다. 그는 이날 “갤럭시 AI 에코시스템(생태계) 확장”을 여러번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Z폴드6와 Z플립6 등 폴더블폰 외에도 갤럭시 AI가 탑재된 스마트폰과 함께 사용할 경우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스마트 워치(갤럭시 워치7, 워치 울트라)와 갤럭시 버즈3와 버즈3프로, 그리고 갤럭시링도 선보였다.
그는 이들 기기에도 모두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갤럭시폰과 이들 웨어러블 주변기기가 강력한 갤럭시 AI 생태계를 만들어 (사용자들에게) 차원이 다른, 한층 진화된 첨단 기술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애플 아이폰이 애플워치, 맥북, 아이패드, 에어팟 등 다른 기기들과의 수준높은 연동을 통해 강력한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고객들을 붙잡은 효과를 갤럭시 AI를 통해 재현하겠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구글 의존 우려에는 “규제에 선제 대응”
이러한 갤럭시 AI 생태계는 앞으로 구글·퀄컴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XR(확장현실) 기기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갤럭시 AI라는 전략 무기가 구글의 제미나이 AI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여러면에서 리스크로 작용한다. 당장 유럽연합(EU)이 삼성과 구글이 클라우드 AI는 물론 온디바이스AI에서도 협력하는 것을 주목하면서 반독점 관련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노 사장은 이에 대해 “EU의 규제에 대해 안팎으로 여러 논의를 하고 있으며, 또 관련 규제가 정해지면 따를 것이다”라면서도 “온디바이스에서 AI 기능의 많은 것을 해결함으로써, EU의 여러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갤럭시 AI를 통해 구글과 같은 초대형 디지털 플랫폼에 개인 정보가 독과점적으로 흘러갈 수 있고, 또 구글의 AI 시장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EU 규제 당국의 우려다. 그는 “구글에 제공되는 (데이터 등) 부분도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앞으로의 규제 가능성에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워치보다 비싼 링 “작아서 제조비용 높아”
한편 이날 발표된 갤럭시링(50만원)은 갤럭시워치7(35만~39만원)보다도 비싼 가격으로 화제가 됐다. 갤럭시링을 살 바에 워치를 사겠다는 말도 나왔다. 신형 폴더블폰 제품의 가격이 계속 비싸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노 사장은 이에 대해 “손가락에 올라가는 작은 크기에 반도체와 센서 배터리 등이 집약되어 있다보니 상당한 비용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가격을 결정할 때 고민을 많이 한다. 원자재 가격, 부품 가격 인상, 공급망 불확실 등의 문제가 있고, 한편으로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부담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 부담도 고려하고 있다. 유통 파트너들과 협력 통해 소비자에게 혜택이 더 가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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