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는 큐텐, 판매자들엔 대금 정산 늦춰 원성

유선희 기자 2024. 7. 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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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들 오픈톡방 개설하고 대책 마련 나서
큐텐 누리집 갈무리

한국의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를 운영하는 싱가포르 기업 ‘큐텐’이 판매자(셀러)들의 대금 정산을 지연하면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큐텐은 지난해부터 정산주기를 익월 정산으로 바꾸고 ‘씨에스(CS)보증금 제도’(CCS비용) 등으로 판매자들의 대금 일부를 묶어두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11일 큐텐 계열사 판매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몇 달 동안 큐텐에서 정산을 지연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판매자 중에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지역 판매자들도 많다. 이는 큐텐이 한국뿐 아니라 싱가포르, 중국, 인도 등에서 사업을 하는 탓이다.

큐텐은 지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2008년 지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한 뒤 “국내에서는 10년 동안 이커머스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에 따라 싱가포르로 건너가 2010년 창업한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이다.

판매자들은 지난해 말~올해 초부터 큐텐의 정산이 지연되기 시작해 5월 이후엔 지연 정도가 심각해졌다고 설명한다. 익월 정산으로 ‘6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한다’는 원칙을 내세운 큐텐의 정책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판매자는 “현재 1억원 이상의 돈이 큐텐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큐텐의 정산 주기는 익월(30일)이 아닌 익익월(60일)이고, 판매자들은 77일 이내 정산으로 알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마저도 지키지 않고 정산이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 문의해도 ‘해결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말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정위의 ‘상품판매대금 등 지연지급 시의 지연이율 고시(지연이율 고시)’에 따르면, 유통업자는 상품 수령 후 60일 이내에 대금을 정산하도록 하고 있다.

큐텐 구영배 대표. 큐텐 제공

판매자들은 현재 큐텐이 시행 중인 씨에스보증금 문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큐텐은 판매 대금의 20%를 따로 차감해 묶어두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고객 불만을 위한 일종의 보증금 성격이라는 것이 큐텐 쪽의 설명이다. 판매자들은 이에 대해서도 “판매자들의 대금을 더 오래 묶어두기 위한 방편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또 다른 판매자는 “잘 이해가 안 가는 성격의 돈인 데다 매출이 늘수록 20%는 너무 큰 금액”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현재 오픈카톡방을 개설해 피해 사례를 수집해 공정위 신고와 집단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큐텐이 올해 초 북미·유럽 기반 전자상거래업체인 ‘위시’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3월엔 애경그룹의 온라인몰인 ‘에이케이(AK)몰’을 인수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자금 압박이 심해진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극도의 경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덩치에 견줘 싸게 매물로 나오고 있고, 큐텐이 이를 집어삼키며 계속해서 몸집을 불렸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 자금 압박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큐텐 관계자는 한겨레에 “판매자가 물건을 판매하고 구매자가 현지 통화로 결제하면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로 가서 싱가포르 달러로 모이고 이를 다시 각 판매자 국가의 돈으로 환전해서 보내는 과정에 시일이 소요된다”며 “1~2주 정산 땐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인데 월간단위 정산으로 바뀌면서 이 시간이 길어진 것을 판매자들이 오해하는 것 아닌가 싶다. 다른 시스템상의 문제가 있는지는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씨씨에스 비용은 고객 불만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상품 값의 20%를 단기간 잡아두는 정책으로, 업계에선 일반적인 형태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판매자 관리를 위해 빠른 정산을 해준다. 통상 7일 이내에는 정산하고 있다. 또한 고객불만 발생을 염두한 별도의 보증금 정책 같은 것은 없다. 전액 정산이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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