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세창고 화물 위치 바꿔치기 수법으로 중국산 고추 8억 원 어치 밀반입 일당 덜미 잡혀

통관 허가 받은 화물 빼지 않고 미검역 제품으로 둔갑
미검역 제품은 정상 제품으로 국내 반입해 유통시켜
세관 “낮은 관세율 노리고, 검역 과정의 시간·비용 줄이려 범행”

세관에 적발된 일당이 통관된 중국산 고추를 통관되지 않은 고추와 바꿔치기 하는 장면. 부산세관 제공

부산=이승륜 기자

창고 내 화물 위치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중국산 고추 480여t을 국내로 몰래 들여온 수입업자 일당이 관세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부산세관은 관세법··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수입업자 A(60대) 씨와 검역대행업체·보세창고 직원 등 6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시가 8억 원 상당의 중국산 고추 482t을 밀수입하고 이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수사 결과 A 씨 일당은 보세창고에서 새로 수입된 중국산 고추 화물과 이미 수입 통관 허가를 받은 냉동 고추의 화물 위치를 바꾸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이들은 새로 수입된 고추는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채 무단 반출하고 기존 냉동 고추는 수입된 고추로 속여서 세관의 수분 함량 검사를 거쳐 국내로 들였다. 통상 세관의 통관 허가를 받은 고추는 보세창고에 보관하지 않고 국내로 유통돼야 하지만 한동안 반출되지 않다가 범행에 이용된 것이다.

세관 측은 A 씨 일당이 건 고추의 관세율(270%)보다 적은 냉동고추의 관세율(27%)을 적용 받거나 통관 과정의 시간·비용을 줄이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본다. 현재 밀반입된 고추는 시중에 다 풀려서 건 고추인지, 냉동고추인지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세관 관계자는 "통관 검역 과정에서 수분 함량이 80% 미만인 건조 고추와 80% 이상인 냉동 고추가 뒤섞인 화물이 적발되면 해당 수입업자는 문제의 화물을 재분류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여기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려 한 의도도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세관은 범행에 활용된 보세창고 측에는 17일간 물품 반입 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또 사건을 부산지방식약청에 알리고 A 씨 일당의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식품위생법 위반 혐의에 대한 행정조치와 수입식품 검사 없이 국내 유통된 중국산 고추 회수 등 조치가 이뤄지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