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 저주' 케인, 잉글랜드와 또 결승 갔다…리그+챔스+유로 동시 득점왕 보이는데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국가대항전까지 모두 득점왕에 오르고도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할 수도 있다. 반대로 그동안 아쉬움을 단번에 해소하는 숙원의 무대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무관의 제왕'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다시 결승 무대를 밟는다. 케인을 앞세운 잉글랜드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 슈타디온에서 열린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준결승에서 네덜란드를 2-1로 제압했다.
케인이 전반 18분 페널티킥으로 값진 동점골을 넣은 잉글랜드는 후반 45분 올리 왓킨스의 극적인 역전골을 통해 네덜란드를 힘겹게 따돌렸다. 직전 유로 2020에서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삼켰던 잉글랜드는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진출하며 우승 꿈을 이어갔다.
잉글랜드는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2023-24시즌 유럽 빅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케인을 비롯해 차기 발롱도르 유력 후보로 평가받는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의 에이스로 발돋움한 필 포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를 수놓는 데클란 라이스(아스널), 콜 파머(첼시) 등 화려한 진용을 자랑한다.
그런데 아직은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세르비아에 1-0 진땀 승리로 출발했다. 먼저 골을 넣은 뒤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쳐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에도 무패 성적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이 문제였다.
토너먼트는 더욱 어려웠다. 슬로바키아와 16강과 스위스를 만난 8강 모두 연장 혈투를 펼쳤다. 시종일관 답답하다가 경기가 끝날 무렵에 무섭게 힘을 내는 모습이 흡사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떠올리게 해 잉글랜드판 좀비 축구라는 악평이 붙었다.
네덜란드와 준결승도 마찬가지였다. 8강전에 이어 또 다시 상대에 실점하면서 끌려갔다. 그나마 케인이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들면서 빠르게 회복한 게 달라진 면이었다. 그리고 좀비의 저력은 계속 발휘했다. 1-1로 연장에 접어들 것 같던 후반 45분 왓킨스가 네덜란드의 골망을 흔들면서 2-1 극장 승리를 완성했다.
이제 유로 대회 첫 우승까지 1승만 남겨두고 있다.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를 자랑하면서도 메이저 대회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유로는 아직 우승 이력이 없다. 월드컵도 자국에서 열린 1966년 대회 한 차례 정상에 오른 게 전부다. 점차 우승에 가까워지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과 유로 2020 준우승에 이어 다시 결승 무대를 밟는다.
잉글랜드의 숙원 못지않게 케인의 우승 여부에도 눈길이 쏠린다. 케인은 현 시점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불리면서도 타이틀이 없다. 13년 무관의 시기를 보낸 토트넘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향한 이유도 우승의 한을 풀려는 것이었는데 무산됐다. 늘 트로피를 들던 바이에른 뮌헨은 하필 케인이 합류한 때 12년 만의 무관 굴욕을 당했다.
케인의 활약은 대단했다. 분데스리가 첫 시즌임에도 36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자연스럽게 유러피언 골든슈도 케인의 몫이 됐다. 유럽 빅리그 기준으로 한 시즌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받는 골든슈에서 케인의 경쟁자는 없었다. 챔피언스리그도 마찬가지였다. 케인은 8골을 넣어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와 공동 득점왕에 올랐으나 우승은 따라오지 않았다.
이제 유로에서도 득점왕이 보인다. 총 3골을 넣어 스페인의 다니 올모(라이프치히), 네덜란드 코디 학포(리버풀), 독일의 자말 무시알라(바이에른 뮌헨) 등과 공동 1위로 올라갔다. 학포와 무시알라가 탈락한 만큼 결승에 만날 올모와 득점왕 경쟁을 이어간다.
케인이 결승전에서 골맛을 보면 모두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우승에 실패하면 지난 한 해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유로까지 모두 득점왕을 차지하고도 무관에 머물 수 있다. 이러면 역대 최고의 무관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다.
케인과 잉글랜드의 우승이 결정될 결승전은 오는 15일 오전 4시 베를린에서 펼쳐진다. 상대는 통산 3회 우승에 도전하는 무적함대 스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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