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울산 떠나 대표팀 감독 맡은 이유 "내 안에 무언가 나오기 시작했다"

맹봉주 기자 2024. 7. 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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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명보 감독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밤새도록 고민하고 고뇌했다."

지난 5일 홍명보 울산 HD 감독은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 총괄 이사와 만났다. 이 만남 직전까지만 해도 대한축구협회를 비판하며 대표팀 사령탑으로 가지 않겠다고 한 홍명보 감독이었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제안했고, 10시간 후 홍명보 감독은 마음을 바꿔 수락했다. 7일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부임 사실을 밝히자 비난 여론이 일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들도 비판에 동참했다. 이천수는 "팬들이 가장 실망하는 포인트를 (홍)명보 형이 했다"며 "협회에서 잘하고 있는 리그 감독과 접촉한 것부터 실수다. (대한축구협회가 K리그를)우습게 보는 느낌이 있다"라고 지적했고, 이영표는 "우리 축구인들의 한계를 느꼈다. 우리는 행정하면 안 된다. 당분간 축구인들은 행정을 하면 안 되고 말 그대로 사라져야 된다"고 강도 높은 쓴소리를 뱉었다.

10일 홍명보 감독이 공개 입장을 내놨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에서 광주FC에 0-1로 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다.

많은 기자들이 몰렸다. 최대 화두는 홍명보 감독이 왜 마음을 바꿨는가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다들 아시겠지만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2014 브라질 월드컵 끝나고였다. 당시 상황은 굉장히 힘들었다. 솔직하게 대표팀엔 가고 싶지 않았다. 대표팀에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도 가고 싶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 기자들 앞에서 홍명보 감독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경험한 홍명보 감독은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자진 사퇴했다. 홍명보 감독은 "내 의도와 상관없이 지난 2월부터 내 이름 하마평에 올랐다. 정말 괴로웠다. 무언가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고 어려운 시간이었다"며 "7월 5일에 이임생 기술이사가 집 앞에 찾아왔다. 2~3시간 정도 기다린 이임생 이사를 뿌리치지 못했고 그때 처음 만났다. 이임생 이사가 MIK라는 협회 기술철학을 저한테 말했다. 한편으로는 행정일을 하면서 그 일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그걸 마무리 짓고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축구 대표팀의 연령별 대회 연계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많이 추진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이임생 이사도 나에게 그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적으로는 제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두려움이 가장 컸다. 하지만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밤새도록 고민하고 고뇌했다. 저에겐 그 시간이 너무도 길었다. 10년 만에 간신히 이제 조금 재밌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봤다. 결과적으로 저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저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 밖에 없다. 이것이 제가 우리 울산 팬들에게 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가 바꾼 이유다"라고 털어놓았다.

감독 선임 절차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대한축구협회 박주호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주호 위원은 홍명보 감독 부임 사실을 기사로 접하고 알았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 "전력강화위원회가 필요 없다고 진작에 얘기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니 (위원회가)필요 없다는 생각이, 확신이 든다"며 "정확한 절차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내가 안에 있었지만 모르겠다. 설명할 수가 없다. 맞는 말이 하나도 없다. (홍명보 감독이)안 한다고 했다가 된 거고, 며칠 안에 어떤 심경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왜 외국에 나가 감독 후보 4, 5명을 만난 건가. 이임생 총괄 이사는 유럽에 왜 간 것인가.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명보 감독은 "영상도 봤고 내용도 다 확인했다. 개인적인 생각은 박주호 위원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커넥션을 통해서 굉장히 전력강화위원회 활동을 아주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일들이 우리 축구계에 더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각자 의견을 존중받으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박주호 위원의 말이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까지 포용하는 것이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울산 팬들은 분노했다 ⓒ 연합뉴스

이날 울산 팬들은 홍명보 감독을 향해 거친 야유를 쏟아냈다. K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즌 도중 대표팀으로 간 홍명보 감독을 비난했다.

홍명보 감독은 팬들에게 사과했다. "너무 죄송했다. 그동안 너무 좋았었다. 언젠간 떠나야 할 시기가 오겠지만 이렇게 작별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내 실수로 인해서 떠나게 됐다. 울산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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