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갈아 오는 폭염·폭우 모두 버텨야"…'일상템' 된 장마용품
"비 안 와도 쓰니까"…유해물질 없고 튼튼한 국산 제품 선호
(서울=뉴스1) 신은빈 김예원 기자 = "폭우와 폭염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통풍과 방수 두 마리 토끼 다 잡아야죠."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조민정 씨(27)는 최근 이어지는 장마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방수 샌들을 샀다. 장화를 사려니 습도 높은 더위를 버티기 힘들 것 같고, 가죽으로 만든 일반 샌들을 사려니 툭하면 찾아오는 비를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20대 학생 박민정 씨는 지난해부터 우양산을 들고 다닌다. 낮엔 무더위, 퇴근길엔 폭우가 오는 경우가 많아서다. 박 씨는 "기상청 비 예보는 잘 안 맞는 경우가 많아 우산과 양산을 각각 들고 다니면 손해 보는 기분"이라며 "휴대성이 좋은 우양산 하나로 이번 여름을 버텨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낮엔 폭염, 밤엔 폭우가 내리는 양극단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장마를 대비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변화하고 있다. 비와 더위를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기능성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길어지고 불규칙한 장마가 일상이 되면서 가격보다는 품질과 소재가 제품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몇 년간 여름 날씨는 6월 하순부터 7월까지 장마가 이어지다 8월부터 무더위가 시작됐던 공식과는 거리가 멀다. 예고 없이 폭우가 내리거나 폭염과 폭우가 하루에 나타나는 등 극과 극을 오가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지난 8일에는 제주도에는 비가 5~10㎜로 살짝 내리는 대신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내외로 올라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반면 충청권은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30~80㎜의 강한 비가 내렸다. 지난 10일에는 수도권에 30~50㎜의 강한 비가 내렸지만, 같은 날 최고 기온이 30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최근 몇 년 사이 수증기 공급이 원활해지는 밤과 새벽엔 폭우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뜨거운 수증기가 유입되는 낮엔 폭염이 번갈아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며 "인접한 지역임에도 강수량 편차가 커 날씨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 폭염과 폭우 사이 오락가락…시민들 "통풍도, 방수도 돼야 만족"
이 같은 날씨 탓에 장마 용품 선호도 역시 변하고 있다. 예전엔 무더위를 버틸 수 있는 용품과 장마 대비 용품을 별도로 구매했다. 하지만 최근엔 우양산 등 양극단의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민석 씨(30)는 "요즘 비는 갑자기 쏟아질 뿐만 아니라 빗줄기도 거세서 우산도 무의미한 것 같다"며 "장화를 사려고 하니 중간에 갑자기 습한 더위가 이어질 때도 있어서 방수와 통풍이 동시에 되는 샌들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에 사는 직장인 이혜린 씨(27)는 "햇볕이 워낙 강하다 보니 양산은 꼭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기존 우산은 너무 크고 무거워서 더운 날 들고 다니기 힘들 듯하다"며 "앞으로 다가올 날씨 변화에 잘 버틸 수 있는 튼튼한 우양산을 하나 장만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한 장화 제조업체 관계자는 "크록스 등 물에 잘 젖지 않는 고무 신발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며 "게릴라성 폭우가 늘면서 장화 등 비 전용 용품보단 일상 신발에 방수 기능을 갖춘 기능성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추세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국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주요 백화점들의 우양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30.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레인 부츠 및 여름 신발의 경우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최대 91%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유해 물질 없고 튼튼한 국산 선호하기도…전문가 "장마 용품 일상화되며 생긴 결과"
장마가 아닌 '우기' 같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장마 용품의 질이나 유해 성분 여부를 꼼꼼하게 따지는 사람들도 늘었다. 사용기간이 늘어난 만큼 사용했을 때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학생 이수빈 씨(29)는 최근 국내 업체의 장화를 구매했다. 중국 제품보다 가격이 2배 비쌌지만 유해 물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이다.
이 씨는 "저렴하게 제품을 사려고 중국 온라인 플랫폼 위주로 장화를 살펴봤지만 관뒀다"며 "비가 오고 흐린 날씨가 반복되다 보니 아무래도 자주 착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안전성을 우선으로 고려했다"며 구매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엔 중국산 어린이용 장화와 모자 등에서 호르몬 교란과 뇌 발달 저해 등을 유발하는 화학물질(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국가통합인증(KC) 상품'을 찾거나, 국내 생산으로 표기됐지만 알고보니 중국 위탁생산(OEM) 제품명 등 공유하는 모습도 활발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게릴라성 장마가 잦아지며 기능뿐만 아니라 품질 등을 중시하게 된 결과"라며 "장마 용품이 일상품이 되며 디자인이나 기능성 등 차별적인 요소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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