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아냐" 유튜브서 참가자 모은 이 게임…216명 무더기 검거
경찰 "불법 도박 연루되지 않게 유의해야"
현금과 같은 가치를 지닌 시드권(대회 참가권)을 사전에 판매·유통하고 이를 베팅하게 해 불법으로 홀덤 대회를 개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표 1명은 구속됐는데, 대형 홀덤 대회사의 위법행위와 관련해 관계자가 구속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대형 홀덤 대회를 개최한 대회사 대표 A씨를 형법상 도박장소 등 개설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B씨 등 직원 11명도 같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홀덤은 트럼프 카드를 이용한 게임 중 하나로 포커의 한 종류를 뜻한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시드권 판매 대금의 80%를 상금으로 책정해 참가자들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대회사 수익으로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대회 개최 비용과 회사 운영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1장당 현금 10만원과 동일한 가치의 시드권을 판매·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홀덤 대회 참가를 원하는 개인이나 제휴·가맹 홀덤펍이 판매 대상이었다.
시드권을 산 개별 홀덤펍에서는 방문객들에게 참가비를 받고 자체 홀덤 게임을 열어 A씨 대회사로부터 구매한 시드권을 승자에게 상금으로 지급했다.
이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참가자 206명으로부터 시드권 총 1만300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시드권은 시가는 10억3000만원 상당으로 전해졌다. 참가자들은 이른바 '텍사스 홀덤' 게임을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한 후 순위에 따라 상금 총 8억2400만원을 차등 지급받았다. 참가자 가운데 상위 14%가 상금을 나눠 가졌다. 1등은 1억7000만원 상당을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텍사스 홀덤은 딜러가 트럼프 카드 52장을 9명의 참가자에게 2장씩 지급한 뒤 차례를 거듭하면서 베팅하고 카드의 우열 순위가 가장 높은 참가자가 이기는 방식의 게임을 말한다.
A씨 등은 상금의 '판돈'이 되는 참가비를 현금으로 직접 받지 않고 사전에 현금과 같은 가치를 지닌 시드권을 판매해 간접 베팅하도록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홀덤 게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직·간접적으로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품이 유통될 경우 도박으로 규정한다.
A씨 대회사와 제휴·계약을 맺은 전국의 각 홀덤펍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해당 대회사의 시드권을 상금으로 걸고 참가비 5만~10만원 상당의 자체 홀덤 게임을 진행해 시드권의 주된 유통 경로로 활용됐다.
일부 개인들은 시드권을 팔아 현금화하거나 홀덤펍에서 현금처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휴·가맹 홀덤펍은 자체 홀덤 게임에 참가할 때 해당 시드권을 현금 대신 참가비로 받아주기도 했다.
A씨 대회사의 시드권은 2021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종이로 된 쿠폰 형태의 실물로 발행·유통됐지만 이후 시드권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자로 발행·유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해 4월 호텔 등을 빌려 허가받지 않은 채 카지노처럼 대규모 홀덤 도박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대회사 운영수익 46억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하고 임대차 보증금 1억원과 차량 1대를 몰수보전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이란 참여한 당사자가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다투는 것을 뜻한다"며 "현금이 아니더라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시드권 등을 제출하고 홀덤 게임에 참여해 상금을 나누는 행위는 그 자체로 도박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홀덤펍은 현금화할 수 있는 시드권을 상금으로 내거는 게임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참가자들도 해당 행위가 도박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불법 도박 대회에 연루되지 않도록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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